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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기 기장 그 날 정신상태 괜찮았을까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편명 MH370) 실종 사고가 3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잔해 물질 하나 건지지 못한 가운데, 당시 조종간을 잡았던 베테랑 기장을 향한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자하리 아흐마드 샤 기장(53)이 사고일 이륙 전에 ‘대포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2분 가량 통화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샤 기장은 이륙 전에 가짜 신분증으로 선불 휴대전화를 구입한 의문의 인물과 약 2분 가량 통화를 했다. 이 선불 휴대전화는 쿠알라룸푸르의 한 매장에서 여성 이름을 쓰는 인물이 가짜 신분증을 보여주고 구입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9ㆍ11 테러 이후 말레이시아에선 선불 휴대전화를 살 때 신분증이나 여권을 제시하고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테러 단체가 추적이 불가능한 휴대전화를 주로 쓴다는 점에서 데일리메일은 샤 기장의 테러 연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샤 기장과 이륙 몇시간 전 이내에 통화한 인물들에 대해 조사를 벌였으며, 샤 기장과 별거 상태인 아내 파이자 칸도 곧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칸을 상대로 샤 기장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는 지에 대해 집중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샤 기장은 1만8000여 비행경력을 지닌 베테랑이었으며 주변인으로부터 따뜻하고 배려심많은 사람이란 평판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동성애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은 야권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이륙 몇시간 전에 이브라힘 전 부총리의 재판을 방청했으며, 아내와도 별거 상태였고, 이륙 전 의문의 여성과 통화했다. 샤 기장이 유력 용의 선상에서 배제되지 않는 이유다.

조종사 정신상태와 관련해 말레이시아 항공은 조종사 채용 과정에서 심리테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용 이후의 정신 건강은 또 다른 문제다. AP통신은 미국연방항공국(FAA) 규정에 따라 미국 조종사는 매년 또는 반년에 한번씩 나이에 따른 신체검사를 받지만, 정신건강 테스트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즉 일단 채용되면 조종사가 다시 정신건강 테스트를 받는 일은 드물다는 것이다.

FAA는 또 조종사의 약물 복용, 남용 상태, 조울증 소견 등의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조종사가 우울증 등 자신의 건강 상태를 성실하게 얘기하지 않는 한, 알 길이 없다고 AP는 지적했다. 게다가 FAA는 지난 2010년에 항우울제를 처방받는 조종사에 대한 비행금지 규정을 70년만에 폐기했다.

미국에선 매년 예비 파일럿을 포함해 조종사 약 40만명이 의학진단서를 제출한다. FAA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1.2%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부적합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성인의 10%가 우울증을 앓는다는 미국 연방 보건 당국자의 추산에 근거해, 조종사도 이와 비슷한 비율로 우울증을 겪고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제까지 조종사의 정신장애로 인한 사고는 치명적 사고는 드물더라도, 아예 없지 않다. 지난해 모잠비크에서 33명이 사망한 비행사고는 부기장을 조종석으로 쫓아낸 기장의 고의 사고였으며, 현재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2012년 제트블루항공의 49살 조종사는 신경쇠약을 일으켜, 부조종사가 텍사스에서 여객기를 긴급 착륙시킨 적이 있다. 1994년 페덱스의 한 화물기가 비행하는 도중에 한 비번 조종사가 조종석을 망치와 스페어로 공격하는 일이 있었다. 1982년 도쿄 하네다 공항에 접근하다 도쿄만으로 추락해 174명을 사망케 한 여객기 조종사는 정신장애로 한때 비행이 금지됐던 인물로 밝혀지기도 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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