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도시락 세대다. 중고등학교 시절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을 챙겨들고 등교를 했다. 무거운 책가방에 도시락 가방도 두 개나 들고 학교를 다녔다. 지금처럼 먹거리가 풍족한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반찬도 특별한 것이 없었다. 이른바 ‘있는 집’ 자녀들은 계란 프라이를 더 해오는 정도였다. 겨울에는 도시락이 차갑고 딱딱해졌다. 그러나 모두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고, 크게 배탈이 난 기억도 없다. 새벽부터 자식들을 위해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든 어머니의 정성이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수업교재도 사물함에 많이 넣고 다닌다. 과거와는 천지차이다. 음식도 더 풍부해졌고 시설도 현대화되었는데, 급식 사고도 많이 나고 국민들의 학교급식에 대한 걱정은 더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전국 초ㆍ중ㆍ고교에서 학교급식을 전면 실시했다. 학부모들은 매일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덜었고, 학생들은 균형 잡힌 영양 식단을 섭취할 수 있어서 크게 환영받았다. 10년 넘게 학교급식은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왔으나 여전히 보완해야 할 과제도 많다. 식재료 구매과정 비리, 구매업체 자질, 식중독이나 위생, 안전성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010년부터 사이버 거래소를 통해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당국과 식재료 공급업체가 대면해서 만나지 않고 인터넷으로 서류를 등록하는 등 사이버 공간에서 업무를 처리한다. 등록된 업체의 서류심사 후 현장실사를 통해 부적격 업체를 걸러냄으로써 급식 비리도 사전에 차단한다. 절차를 간소화했고 기존의 수의계약 방식도 탈피해 거래투명성을 확보했다. 학교당국의 행정적 부담이 크게 줄었고, 여러 학교가 식재료를 공동구매해 구매 비용도 절감했다.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은 2010년 시범거래 36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1조2898억원으로 엄청난 증가를 보였다.
최근 aT는 서울시 교육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학교급식 119센터’를 설치했다. 학교급식 관련 불만사항이 제출되면 즉시 조치하는 체계를 갖춘 것이다. 필자는 2000년대 중반 미국 워싱턴D.C 한국 대사관에서 농무관으로 근무하면서 많은 학교를 방문하고 학교급식 현장을 살펴보면서 학교급식을 다룬 경험이 있다. 청소년에게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하고, 농산물의 안정적 소비 촉진효과를 가져오는 학교급식제도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미국 농무부의 중요한 정책이다.
학교급식제도를 정치 이슈화하거나 불순한 동기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학교당국, 공급업체, 관련 기관이 협력해 공급, 유통, 납품, 조리 등 전 과정에 걸쳐 책임과 소명의식을 확보해야 한다. 자라나는 세대에 양질의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일은 민족의 명운이 걸려 있는 일이다. 학교급식을 가지고 장난쳐서는 안된다. 자식들 도시락을 손수 챙기던 어머니의 마음으로 학교 급식을 실시하자.
김재수 aT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