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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우아한 거짓말'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현숙(김희애 분), 만지(고아성 분), 천지(김향기 분), 세모녀의 애잔한 일상을 통해서 말과 인관관계에 대해 풀어갑니다. 주변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해온 여중생 천지는 자살을 선택하고, 남겨진 현숙과 만지가 가족 상실의 아픔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터지기 직전까지 팽창한 잔잔함으로 그려냅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서로 부대끼고 의지하며 살아갈 때 비로소 존재의 이유를 느낍니다. 서로 부대끼며 의지하기 위해서는 언어와 비언어(눈짓, 몸짓 등)를 통해 서로 소통하며 마음을 나눠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주변과 소통하지 못하고 의지할 곳 없을 때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극중 주변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며 마음을 의지할 곳 없었던 여중생 천지는 안타깝게도 자살을 선택합니다. 같은 반 화연(김유정 분)을 비롯한 천지의 주변사람들에게 그의 자살에 대해서 도의적인 책임을 넘어 법적인 책임까지 물을 수 있을까요?

형법은 자살 자체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지만, 자살을 교사하거나 방조한 경우에는 처벌하고 있습니다. 자살의 교사는 자살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자살을 결심하게 하는 것이며, 방조는 자살을 결심한 자를 도와 자살을 용이하게 하는 것입니다. 자살 방조에 대한 대표적인 사건은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인데, 현재 대법원에서 재심 중에 있습니다.

한편 자살 교사-방조 외에도 촉탁-승낙 살인죄, 위계-위력에 의한 살인죄도 있습니다. 이 중 어떤 사람을 왕따 시켜 자살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해서 위력에 의한 살인죄 성립이 문제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천지가 주변 사람들의 따돌림 때문에 자살했다고 하더라도, 화연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천지가 자살까지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천지를 자살로 몰고 갈 의도도 없었으므로 자살 교사-방조죄나 위계-위력에 의한 살인죄 등은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그들에게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도의적인 책임은 인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보도에서 보듯, 이웃의 자살에 대해서 사회공동체인 우리 모두가 법적인 책임보다 더 큰 도의적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대사회는 IT기술의 발달로 SNS, 동호회 활동 등을 통해서 인간관계의 범위는 넓어지나 그 깊이에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변의 사소하지만 따스한 배려와 관심에 큰 감동과 고마움을 느끼는지도 모릅니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의 독특한 점은 자살한 천지가 세 모녀의 애잔한 일상에 빨간 털실뭉치에 메시지를 남겨 추리적 요소 가미한 것입니다. 더더욱 마지막까지 밝혀지지 않은 다섯 번째 털실 속의 메시지는 관객에게 상상할 수 있는 생각의 자유를 줍니다.

슬픔은 보통 눈물로 표현되지만 눈물만으로 담아낼 수 없는 슬픔은 가족의 상실, 특히 자식을 잃는 슬픔일 것입니다. ‘우아한 거짓말’은 자살, 왕따라는 다소 우울한 소재로 말과 인간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망과 복수가 아니라 용서와 사랑, 소통과 위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글 :자문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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