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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임워너 매각으로 6주 만에 8000만달러 번 행운의 사나이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로버트 마커스(48ㆍ사진). 그가 미국 케이블TV방송사(SO) 타임워너케이블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건 지난 1월이다. CEO 자리에 오른 지 불과 2개월만에 그는 미국 최대 SO인 컴캐스트에 회사를 450억달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마커스 CEO는 이번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킴으로써 대략 8000만달러(864억원)를 손에 쥐게 된다. 해임에 따른 보상 차원으로, 주식 5650만달러 어치, 현금 2050만달러, 보너스 250만 달러 등을 받는다. 매각을 결정하기 전까지 회사를 경영한 기간이 고작 6 주에 불과한데, 이 보상금을 일당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100만달러가 넘는다.

CEO로 임명되기 전인 2012년에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마커스 연봉은 이 보상금의 8분의 1 정도인 1010만달러였다.

로버트 잭슨 컬럼비아로스쿨 부교수는 NYT에 “전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드문 일이고 문제”라면서 “그렇게 적게 일하고 그렇게많은 급여가 책정돼 놀랍다”고 말했다.

이른 바 ‘황금 낙하산’(회사를 떠나기 전 계약서에 명시하는 고액의 퇴직금)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최근 미국 사회에서 계층간 소득 불균형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마커스 CEO가 과도한 퇴직금을 챙기는 건 문제라고 NYT는 지적했다.

데이비드 라커 스탠퍼드로스쿨 교수는 “경영진과 보통 사람들간의 숫자는 이미 크게 벌어졌다. 그 차이를 더욱 악화시키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기업계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황금 낙하산’ 문제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존 웰치가 2001년 GE를 떠날 때 그는 4억1700만달러 이상을 보상금으로 챙겨갔다. 리 레이몬드는 2005년 엑손모빌을 나가면서 3억21000만달러를 손에 쥐었다. 윌리엄 맥과이어는 2006년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CEO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집에다 2억8600만달러를 가져다 줬다.

이렇게 퇴직금이 1억5000만달러가 넘었던 경영자가 족히 수십명에 달한다.

그나마 웰치, 레이몬드, 맥과이어 등은 다년간 CEO직을 수행했던 반해 마커스 CEO 재직기간은 고작 2개월에 불과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역대 M&A를 통한 해임 보상금 가운데 최고가는 2006년 노스포크반코퍼레이션이 캐피털원파이낸셜에 매각됐을 당시 존 카나스 CEO가 받은 2억1400만달러다. 같은 해 질레트의 제임스 킬츠 CEO도 회사를 P&G에 넘긴 뒤 1억8500만달러로 위로받았다. 2011년 모토롤라모빌리티를 인수한 구글은 산자이 자 CEO에게 6570만달러를 쥐어줬다.

‘황금 낙하산’은 퇴직이나 불가피한 해임 뿐 아니라 해고 상황에서도 펼쳐진다. 핸리크 드 카스트로 전 야후 COO는 마리사 메이어 CEO와 다툼으로 인해 지난 1월 회사에서 축출될 당시, 15개월간 재직기간 동안의 낮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소 8800만달러를 들고 나갔다.

타임워너케이블 경영층 가운데 ‘황금 낙하산’을 펼친 것은 마커스 CEO 혼자만이 아니다. 아서 민슨 주니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700만달러, 마이클 라조이 최고기술책임자(CTO)가 1630만달러, 필립 믹스 COO가 1170만달러를 각각 퇴직금으로 받을 예정이다. 정말 운나쁘게도 글렌 브리트 전 타임워너케이블 CEO는 지난해 말 건강 문제로 CEO에서 사임한 탓에 이번 ‘황금 낙하산’ 명단에서 제외됐다. 당시에 이미 컴캐스트와 인수합병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던 시점인 터라 안타까움을 더한다.

회사가 매각되면서 하루 아침에 8000만달러에 달하는 ‘공돈’이 생긴 행운아 마커스 CEO의 나이는 이제 불과 48세다. 그는 1987년 브라운대학을 졸업한 뒤 1990년 컬럼비아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률회사를 거쳐 1998년 타임워너케이블 입사해 2005년 8월에 선임 부사장이 됐으며 M&A, 법무, 인사 등을 총괄했다. 2008년부터 2011년 중반까지 CFO, 2010년12월부터 COO로 재직하다 작년 7월에 이사회 이사로 참여했고, 올 1월에 브리트 후임으로 CEO에 올랐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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