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20일 발표한 ‘2013년 귀농·귀촌 통계’와 관련, 이를 일제히 보도한 신문과 방송 등 각 매체에서 내건 메인타이틀은 대개 이렇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귀농·귀촌 열풍이 지난해에도 이어지면서 귀농·귀촌인구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물론 단순하게 수치로만 보면 맞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줄곧 ‘귀농’을 내세우던 농림축산식품부의 귀농·귀촌 통계 ‘물타기’전략(?)에 의한 것일 뿐, 정작 이번 통계가 보여주는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 진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자.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인구는 총 3만2,424가구로 2012년(2만7,008가구)보다 5,416가구(20%) 늘었다. 하지만 증가율은 확 꺾였다. 실제로 2011년(총 1만503가구)에는 2010년에 비해 158%의 경이적인 증가율을 기록했고, 2012년에도 157%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지난해에는 돌연 20%로 약 8분의 1 토막이 났다. 귀농·귀촌인구가 늘긴 했지만, 그 증가세는 확연히 꺾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의 원인은 무엇일까?
정부는 2009년부터 귀농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이를 고령화·공동화로 위기에 빠진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보고 귀농에 대한 각종 지원을 늘리면서 이를 적극 장려해왔다(아니 ‘부추겨 왔다’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먼저 정부가 그동안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온 귀농과 귀촌에 대한 개념정리부터 하고 넘어가자. 귀농과 귀촌은 둘 다 주거지를 도시에서 시골(농촌)로 옮기는 것이지만 소득의 조달 방식이 다르다. 귀농은 생활에 필요한 소득의 대부분을 영농을 통해 조달하는 반면에 귀촌은 농업 이외의 부문 예컨대 연금, 이자, 임대소득이나 펜션, 체험시설 등의 운영을 통해 얻는다.
2012년까지만 해도 순수 귀농인구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2년 귀농인구는 1만1,220가구로 2011년 대비 11.4% 늘었다. 그러나 2013년에는 1만923가구로 2012년에 비해 되레 297가구(2.6%)가 줄었다. 이번 2013 통계자료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2009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해온 귀농인구가 2013년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귀농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방증이며, 향후 역귀농 행렬이 늘어날 것임을 예상해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통계다.
통계의 진실이 이런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발표에서 슬며시 귀농과 귀촌인구를 통합해 ‘물타기’를 했다. ‘귀농·귀촌 사상최대’는 이 같은 진실을 가린 채 단지 외견상 드러나는 숫자의 조합일 뿐이다. 그래서 문제가 많다.
2013년 귀촌가구 수는 총 2만1,501가구로 2012년(1만5,788가구) 보다 5,713가구(36%)나 늘어났다. 귀농의 감소분을 귀촌의 증가분이 상쇄시켜준 덕에 ‘귀농·귀촌 사상최대’가 유지된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귀농·귀촌 전체 인구의 증가세는 2011, 2012년에 비해 약 8분의 1 토막이 난 상황이다.
그나마도 이렇게 귀농으로 잡힌 통계조차 실상은 허수라는 점이다. 귀농과 귀촌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경계가 모호하다. 현재 귀농인이 되려면 법적으로 농업인의 자격만 갖추면 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관련법상 농업인의 요건을 요약하면 1,000m²(약 303평) 이상의 농지(비닐하우스 등 시설영농은 330m²=100평)에서 영농활동을 하는 자로, 농지원부(농업인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신분증’)에 등록하면 된다. 농사와 관련 없는 전원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귀촌일지라도, 집이 들어선 대지 외에 농지를 1,000m² 이상 확보하면 농업인이 될 수 있고, 또한 귀농인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2013년 귀농인구 1만923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은 엄밀하게 따져보면 ‘무늬만 귀농’일 뿐이지 실상은 귀촌인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무늬만 귀농’이 늘어나는 이유는 각종 지원책이 귀농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가 진실(?)은 귀촌이지만 농업인의 자격을 갖춰 귀농으로 변신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발표에서 40대 이하 젊은 층의 귀농·귀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이들 역시 귀농보다는 귀촌이 압도적이다(2012년에도 그랬다).
지난 2009년 점화된 귀농 열풍이 5년째인 2013년 들어 감소세로 반전됨으로써 향후 귀농거품은 급속히 꺼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만 가구는 유지되었지만 귀농 후 초기 2~3년께 도시 U턴현상이 일어난다는 경험적 사례에 비춰보면, 앞으로 역귀농 행렬 또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귀농인 첫 감소세 전환은 매스컴을 통해 자주 보도되는 ‘억대부농’이란 환상이 깨지고, 결국 영농활동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어야 하는 귀농이 그만큼 어렵다는 현실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귀농·귀촌인의 지속적인 유입 및 성공적인 정착을 과제로 안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진실을 가린 채 외관상 보이는 사실만을 조합해 과대포장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건 도시를 내려놓고 전원(농촌)에서의 새 삶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잘못된 길을 안내하는 등 의도하지 않은 각종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관건은 귀촌이 대세인 현실에서 과연 이들이 어떻게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연금이나 이자, 부동산 월세 소득 등으로 생활이 가능한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동안 필자는 정부가 귀농·귀촌을 획일적으로 구분해 1차 산업적인 귀농지원에만 머물러선 안 되며, 귀농과 귀촌을 융·복합한 귀농촌(반귀농·반귀촌)을 장려해 6차 산업의 주역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뒤늦게나마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번 발표에서 6차 산업 창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소 위안이 된다. 하지만 정부의 실행의지가 과연 얼마나 될까하는 의구심은 여전히 남는다. 정부와 지자체의 진정성 있는 실행의지와 추진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많은 귀농·귀촌인들이 오히려 ‘농업=6차산업’란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좌절과 실패를 겪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의 귀농·귀촌 정책 중 현실, 현장과 따로 노는 탁상행정의 결과물이 다수 눈에 띈다. 한 예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아직도 귀농인의 자격 요건에 ‘농어촌 이외의 지역에서 거주한 자’라는 상식 밖의 조항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설명하면, 수도권 내 동 지역이 아닌 읍·면 지역의 택지개발지구(아파트)에 살면서 서울 사무실로 출퇴근 하던 직장인이 강원도로 귀농하겠다고 하면 그는 귀농인의 자격을 얻지 못한다. 현재 관련 법상 농어촌은 전국의 읍·면지역이 모두 해당되기에 그는 수도권 농촌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것이기에 귀농이 아니라는 것이다. 농어촌의 정의 자체도 문제가 있거니와, 사람이 귀농하는데 불필요한 지역적인 규제로 예비 귀농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규제 철폐를 외치는 박근혜 정부의 구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정부의 이번 2013년 귀농·귀촌 통계 발표와 6차 산업 창업 지원 강화라는 정책 방향을 놓고 볼 때, 향후 전원행을 준비하는 이들은 가능하다면 농업인이 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때는 농업인이자 귀농과 귀촌을 융·복합한 진화한 ‘귀농촌인’(반귀농·반귀촌인)을 의미한다.
또한 귀농·귀촌을 결행하기 전에 관련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 아는 것이 힘이고,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 거주자의 경우 서울시농업기술센터(http://agro.seoul.go.kr/
(전원 칼럼리스트, 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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