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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금폭탄 피하자” 해외 현금곳간 늘리는 美 기업들…역외자본 2106조원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높은 법인세율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을 자국으로 들여오지 않는 대신 버뮤다, 룩셈부르크 등 저세율 국가에 쌓아두는 미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탈세 논란에 휩싸였던 애플을 비롯,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주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추세가 확산 중이다.

20일(현지시간)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 307곳이 해외에서 새로 불린 수익금은 최소 2060억달러(약 22조4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애플, MS, IBM 등 ‘빅 3’ 기업의 신규 수익금은 총 375억달러(약 40조5000억원)로, 전체 증가분의 1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지식재산권과 특허로 벌어들인 수익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애플의 역외 소득은 2010년 123억달러에서 지난해 544억달러로 4배 이상 뛰었다. MS도 같은 기간 295억달러에서 764억달러로 곱절 이상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IBM 역시 311억달러에서 523억달러로 해외 수익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둔 돈도 덩달아 늘어, 지난해 미국 기업 307개사가 해외에 축적해놓은 자본은 무려 1조9500억달러(약 210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2년에 비해 11.8% 증가한 액수다.

이처럼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자금을 그대로 쌓아두고 있는 것은 세율 35%에 달하는 미국의 법인세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비즈니스위크는 분석했다.

수익금을 미국에 들여오지 않는 이상 법인세 대상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기업들이 노렸다는 설명이다.

바꿔 말하면, 현재 1조9500억달러에 달하는 역외소득이 세금을 내지 않은 채 해외에 남아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은 지난 2008년 해외 수익금의 43% 가량을 조세회피처인 버뮤다를 비롯해,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 대표적 저세율 국가에 이전했다. 이로 인해 미국 정부가 떠안게 되는 연간 세수 손실액은 무려 300억∼900억달러인 것으로 추정됐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제니퍼 블루인 조교수는 이에 대해 “세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들 기업들의 역외소득을 미국으로 송환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조세 회피 의혹에 대해 IBM 측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애플 측은 지난해 5월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의회 청문회에서 “편법 탈세는 없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답변을 갈음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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