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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리빙 디자인] 그냥 네모가 아닙니다
24시간 끼고 사는 ‘패션 잇 아이템’
다 비슷한 사각인듯 하지만…
환경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듬뿍


앞은 네모 반듯한 검은색, 뒷면 역시 검거나 희거나. 스마트폰 하면 떠오르는 디자인 콘셉트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의 갤럭시, 소니의 엑스페리아, 중국의 무명 제조사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의 기본 디자인은 똑같다. 간혹 혼자 튀어보겠다고 뒤판을 파랑, 빨강, 보라, 노랑으로 물들여보지만 직사각형 네모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혹자는 미제도 국산도 중국산도 똑같은 스마트폰 디자인에 불평을 털어놓곤 한다. 잘 때 빼놓고는 항상 손에 들고다니는 ‘패션 잇 아이템’인데도 혁신은 고사하고 2년 전 제품이나 최신 제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는 투덜거림이다. 기껏해야 누가 0.1㎜ 더 얇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누가 더 크게 만들었는지가 디자인의 전부라는 것이다. 하지만 손바닥 크기 검은색 네모 반듯한 스마트폰 안에도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땀이 담겨 있다. 특히 2년 만 지나면 폐가전 취급 받기 십상인 스마트폰 안에 환경과 아름다움을 함께 담으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 Case(케이스)…재활용 플라스틱 활용 탄소배출 감소

휘발유와 경유, 등유, 항공유를 만들고 남은 석유 찌꺼기를 화학 처리해 녹여서 틀에 넣고 같은 모양으로 찍어내 만든 것이 플라스틱이다. 여기에 또다시 화학물질 범벅인 페인트로 예쁜 색을 입힌다. 이렇게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스마트폰의 케이스가 된다. 가벼우면서도 제법 튼튼하고, 모양 만들기도 편하다. 거기에 값비싼 금속과 달리 전파 통신 간섭도 없다.

그러나 검은색 플라스틱이 판치던 스마트폰 케이스에도 그린 디자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자연 분해가 조금이나마 잘되는 플라스틱, 샴푸통을 녹여 만든 재생 플라스틱이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왔다.

삼성전자가 2011년 5월, 미국 스프린트를 통해 선보인 ‘리플레니시’(모델명 SPH-M580)는 그린 디자인이 스마트폰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리플레니시는 철저하게 그린 디자인을 염두에 두고 만든 스마트폰이다. 특히 케이스부터 남달랐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PCM(Post-Consumer Materials) 소재를 적용했다. 땅속에 묻혀 썩지도 않고 환경을 좀먹기 십상인 폐플라스틱을 새 스마트폰 케이스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킨 것은 덤이다.

삼성‘리플레니시’

LG전자의 대표 스마트폰 ‘G2’에도 남다른 그린 디자인의 비밀이 숨어 있다. 비영리 기후대책기구 카본펀드는 최근 G2에 ‘카본프리’ 로고 부착을 허용했다. 디자인 단계부터 제조, 선적, 사용, 폐기에 이르기까지 탄소 발자국을 종합적으로 검증한 결과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남다른 노력을 인정한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플라스틱 소재를 탄소배출 절감의 시작점으로 삼은 역발상이 만든 결과다.

모토로라가 2009년 생수병을 재활용해 만든 휴대폰 ‘MOTO W233 Renew’, 옥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적용한 친환경 휴대폰 ‘리클레임’ 등은 지금도 그린 디자인의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Packing Materials (포장재)…재생지 · 친환경 잉크…녹색 메시지 담아

새 스마트폰을 사면 덤으로 딸려오는 것들이 많다. 예쁜 보호 케이스, 충전기, 이어폰, 보조 배터리, 액정에 붙이는 보호 필름까지 확인한 새 스마트폰 주인의 입가에는 한동안 미소가 계속된다.

그러나 새 스마트폰을 샀다는 기쁨 뒤에는 만만치 않은 쓰레기도 남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마트폰 포장재다.

하지만 요즘 스마트폰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원치 않은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스마트폰 포장재를 재활용지로 만들고, 그 위에 천연 잉크로 글씨를 새긴다.

팬택 ‘리뉴’ 포장재

팬택이 대표적인 친환경 제품으로 손꼽는 ‘리뉴’의 포장재는 외관부터 그린 디자인의 향기가 물씬 풍겨난다. 미국 전용 단말기로 출시한 리뉴의 포장 패키지는 재생지와 친환경 잉크를 사용했다. 또 상자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재활용 종이를 접어 만드는 방식을 적용했다. 한때 매일 마시는 종이 우유팩에서도 종종 쓰였던 접착제조차 배제한 그린 디자인 정신이다. 그 결과 리뉴는 포장재만으로도 환경부가 주최한 ‘그린 패키징 공모전(Green Packaging Contest)’에서 환경부장관상 대상을 수상했다. 리뉴 안에 들어간 그린 디자인도 덤이다. 재활용 가능한 소재의 부품, Energy Star 2.0 기준의 에너지 효율과 대기전력을 구현한 충전기, 사용자가 친환경적으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Green UI(User Interface)’로 국제적 인증기관인 UL(Underwriters Laboratories)로부터 환경인증을 획득했다. 전체 부품의 약 67%가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제작됐다.

LG전자가 2010년 만든 스마트폰 포장재도 친환경과 아름다움까지 모두 잡은 그린 디자인의 수작으로 손꼽힌다. 2010년 레드닷 포장부문 그랑프리를 받은 스마트폰 포장재는 재활용 용지, 상자를 뒤집어 연필꽂이나 수납함, 액자 등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포장 상자 내부에 ‘지구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멸종위기 동물 소개’ 등 녹색 메시지를 담은 것은 덤이다.

▲Energy(에너지)…태양광 집열판 장착 자체 전기 생산

스마트폰은 전기로 작동한다. 플러그에 배터리를 연결해 충전된 전기가 스마트폰으로 흘러 액정을 밝게 빛내고, 카메라를 움직이고, 상대방의 목소리, 또 흥겨운 음악을 스피커를 통해 내보내는 것이다.

문제는 전기다. 석유, 가스를 태우거나 우라늄을 분해해 만드는 전기는 깨끗한 에너지라는 명성과 달리, 지구 환경을 지금도 위협하는 존재다. 결국 전기를 덜 쓰는 스마트폰이 좀 더 환경친화적인 스마트폰으로 가는 지름길인 셈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저전력 기술과 디자인이다. 적은 전력으로도 또렷한 음성통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APT CAL(Auto Power Tracking Calibration), 디스플레이의 소비전력을 줄여주는 CABC(Content Adaptive Brightness Control) 절전기술, 배터리의 전력 소비는 줄이고 충전 속도는 높여 배터리의 효율을 극대화시킨 ‘슈퍼 배터리 팩’ 솔루션 모두 스마트폰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삼성 ‘블루어스’

스마트폰의 베스트셀러 격인 삼성전자 갤럭시S4에는 대기전력 소모량을 일반 충전기보다 7분의 1까지 줄인 고출력 저부하(Low Load) 충전기가 들어 있다. 일본 후지쓰는 심지어 단 10분만 충전해도 하루 종일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자 하는 그린 디자인의 결정판인 셈이다.

단순한 전력 사용량 감소를 넘어 스마트폰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 충전하는 시도도 있었다. 삼성전자가 2009년 국내와 미국에 출시한 ‘블루어스’폰은 말 그대로 친환경 그린 디자인의 끝판왕으로 손꼽힌다. 휴대폰 뒷면에 태양광 집열판을 매달아 언제 어디서나 충전 가능토록 한 것이다.

블루어스 설명서에는 화창한 봄날 12시에 내리쬐는 태양광(8만~10만Lux)에 1시간 정도 충전하면 약 5분에서 10분 정도 통화가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Accessory (액세서리)…보호소품으로 운동도 하고 충전까지

스마트폰 소품에도 그린 디자인 바람이 불고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나 헝겊으로 만든 보호 케이스, 태양광 충전기, 손의 힘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충전기 등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국내 한 벤처기업이 만든 라이토즈팩은 자가발전 충전기다. 담뱃갑보다 조금 큰 악력기를 손바닥에 감싸고 눌렀다 폈다 하는 악력 운동기구에 충전 모터를 달아 스마트폰 충전기로 탄생시켰다. 자칫 무의미하게 보낼 수 있는 출퇴근 길, 또는 무료하게 앉아 TV를 보면서 손 운동도 하고 덤으로 스마트폰 충전도 하게 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태양광 충전기는 이미 대중화된 스마트폰 소품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1만~4만원 정도 가격에 수십 종의 태양광 충전기가 팔리고 있다. 심지어 국내 한 백화점은 지난해 문을 연 이색 가전 전문 매장에 태양광을 이용한 충전기를 주력 상품 중 하나로 내세워 20%가 넘는 매출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충전 성능도 뛰어나다. 아이폰5S는 180분, 대용량 배터리가 특징인 갤럭시노트3도 5시간 정도면 충전 가능해졌다. 전기코드를 찾기 힘든 바닷가나 강가, 또 산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은 레포츠족에게 안성맞춤이다.

악력운동 케이스 ‘라이토즈팩’

깨지기 쉬운 스마트폰 액정을 보호하면서, 덤으로 환경도 지킬 수 있는 친환경 녹색 케이스들도 있다. 국내 한 스마트폰 케이스 전문업체는 최근 천연나무를 스마트폰에 덧입히는 시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맨앤우드’라는 브랜드로 지난해부터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 진출에 나선 이 회사는 진짜 나무를 케이스의 주 소재로 활용한다. 나무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파스텔 톤 색상을 더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또 습기에 취약한 나무의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한 마감 공법, 틀어짐을 막아주는 기술도 이 제품만의 특색이다.

섬유도 스마트폰 케이스의 친환경 소재 중 하나다.

식탁보 등에 쓰이는 두꺼운 천에 알록달록 색과 무늬를 더해 스마트폰 케이스로 변신시킨 것이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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