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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멍 뚫린 ‘나라장터’ 입찰시스템
-“세계적 수준” 자랑 무색, 감사원 지적에 조달청은 업체들 탓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세계적 수준으로 자랑하던 조달청 나라장터의 입찰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부산지방조달청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지역에서만 3건, 전국적으로 20여건의 유사한 답합의심 사안이 발견돼 입찰인을 대상으로 의견제출을 받는 등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드러난 조달청 입찰시스템 오류 내용은 지난해 실시된 감사원 특별감사에 의해 확인된 사항으로, 기재부 계약예규 제44조 ‘동일사항에 동일인이 2통 이상의 입찰서를 제출한 경우, 입찰무효에 해당한다’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실제 나라장터 입찰시스템에서는 동일인이 여러개의 법인으로 입찰에 참가하는 경우, 이를 자동적으로 제한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사안들은 한개 법인의 대표자가 다른 법인의 입찰대리인으로 동일한 입찰 건에 참여한 경우로, 정상적인 입찰로 투찰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입찰에 참가한 2개의 법인 대표가 동일하다면 규정에 의해 입찰이 자동 제한되지만, 다른 법인의 입찰대리인으로 이중으로 참여한 경우에는 지금까지는 정상적인 입찰로 인정해 사실상 나라장터의 부정입찰 방지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던 셈이다.

입찰에 참여해온 업체들은 이번 조달청의 뒤늦은 조치가 입찰관리 오류를 업체들의 탓으로 일방적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 공사업체에서는 소규모 업체의 대표자가 다른 업체의 사외이사로 등기된 경우가 많고, 입찰 편의를 위해 입찰대리인으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부산에서는 지난 2011년 2월 시행된 조달청 공사입찰 건에서 A업체의 대표이사인 H모 씨가 자신이 감사로 재직하던 B업체의 대리인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H씨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A업체에서는 입찰대리인으로 등록된 직원을 통해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거라고 판단했다. 입찰 결과 공사건은 B업체에 낙찰돼 현재 공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하지만 조달청은 지난 2월 뒤늦게 담합의혹이 있다며, A업체에 담합이 아니란 사실을 증명하라는 취지로 의견서 제출을 명령했다. 담합이 아님을 업체가 증명하지 못할 경우, 입찰참가 제한 등 제재가 따를 것이라는 경고로 있었다.

H씨는 “당시 조달청에서 B업체의 입찰대리인으로 등록해주었기 때문에 단순히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결코 담합한 사실은 없다”며 “담합을 하려면 다른 사람을 대리인으로 세웠지 내이름으로 하는 바보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 “애초에 대리인으로 입찰을 막았다면 문제를 인식하고 유의했겠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입찰을 받고서 감사원이 지적하자 모든 탓을 업자들에게 돌리는 것은 조달청이 자신들의 잘못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상황이 커지면서 조달청도 나라장터 입찰관리 시스템의 문제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부산지방조달청 관계자는 “나라장터 계약제도와 입찰인들은 창과 방패의 입장과 같다”며 “이러한 문제점을 미리 인식하고 선제적 대응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문제점을 고쳐 보다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달청은 앞으로 열릴 계약심사협의회 결정 사항과 나라장터 입찰시스템의 문제점을 파악, 본청 차원에서 시스템 수정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조사가 진행된 20여건의 입찰 건에 대해선 조만간 조달청 본청에서 ‘계약심사협의회’를 열어 담합 여부와 제재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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