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주범 달아나도록 길 터준 금감원팀장
1조8000억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
경찰, 부정대출 혐의 16명 검거
핵심 용의자에 조사내용 유출
대책회의까지 참석 파문 확산

KT ENS 협력업체들이 5년간 1조8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사기대출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금융권의 부실한 대출 관리 시스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의 총체적인 부실을 교묘히 활용해 이 같은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다.

19일 경찰은 KT ENS 불법 사기 대출 관련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기대출에 이용된 KT ENS의 허위 매출채권을 발급하는데 사용된 법인 인감도장은 아르바이트생이 보관할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기 대출에 KT ENS 협력업체들이 KT ENS에 납품하지도 않은 휴대전화 단말기와 내비게이션에 대한 허위 매출채권 양도 승낙서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 담보로 이용됐다. 이 문서에는 KT ENS의 법인 인감도장이 이용됐는데, 부정 대출을 도운 KT ENS 김모(51ㆍ구속) 부장은 이 도장을 관리자의 감시가 소홀한 점심때 등을 이용해 몰래 꺼내 서류 위조에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KT ENS 인감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돼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은행은 가짜 세금계산서 확인도 안해 금융기관들은 대기업인 KT의 자회사인 KT ENS가 매출채권을 양도한다는 내용의 승낙서만 믿고 거액의 대출을 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KT ENS 협력업체들의 사상 최대 규모 대출사기를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1조8000억원대 부정대출을 받은 혐의로 KT ENS 시스템영업개발부 부장 김모 씨와 협력업체 대표 등 16명을 검거해 8명을 구속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수사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간부 김모(50) 팀장이 범인 도피 등에 연루된 혐의를 포착, 전날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KT ENS 직원인 김 씨는 허위 매출채권양도승낙서 등을 위조하고, 협력업체들은 허위세금계산서와 위조된 물품납품확인서 등을 금융기관에 제출, 마치 매출채권이 있는 것처럼 속여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08년 5월부터 약 5년여에 걸쳐 부정대출 받은 액수만도 1조8000억원에 달한다.

김 씨는 협력업체 8곳으로부터 1회에 수십억원 상당의 휴대전화 단말기, PMP 등을 납품받았고 이에 대한 대금지급 의무가 있다는 문서를 위조, 협력업체는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 16곳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특히 이들은 대출금 상환기일이 도래하면 기존 대출금을 ‘돌려막기’하다 SPC사를 설립한 뒤 허위매출채권을 SPC사에 양도하고 SPC사는 이 허위 매출채권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앙티엔씨 대표 서 씨, 엔에스쏘울 대표 전 씨 등은 사기대출 받은 돈으로 상장회사인 다스텍과 별장 등을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KT ENS 시스템영업개발부 부장 김 씨 역시 외제승용차와 법인카드 등을 제공받아 사용했고, 필리핀, 마카오 등에서 도박 등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공범 가운데 12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해외도피 중인 엔에스쏘울 전 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한편 금감원 간부 김 팀장은 지난 1월 금감원이 대출 사기사건을 조사하자 KT ENS 협력업체인 엔에스쏘울의 전 씨 등에게 알려 해외로 도피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팀장을 18일 소환조사했으며 향후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