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20주년을 맞으며 가장 보람된 거요? 12명의 작가가 남은 게 가장 큰 수확이죠. 다른 건 볼 것도 없고요. 처음 한두명 작가(문범, 노상균)로 시작한 전속작가가 이제 12명으로 늘었으니 제겐 그 것보다 더 큰 자산은 없어요. 게다가 나름대로 국내외에서 한가락하는 실력파 작가들이잖아요?”

역량있는 우리 작가를 발굴해 국내 미술계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켜온 갤러리 시몬(대표 김영빈)이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아나운서 출신의 방송인 원종배 씨의 부인인 김영빈 대표는 지난 1994년 강남에 작은 갤러리를 조성하고, 화랑계에 투신했다. 화랑이름의 ‘시몬’은 남편 원씨의 천주교 세례명이다. 신사동점과 청담동점을 운영하던 ‘강남 토박이’ 김 대표는 2011년 현 위치인 종로구 통의동에 4층짜리 건물을 짓고, 강북 화랑가로 터를 옮겼다.

20주년 맞은 갤러리시몬 “12명의 작가가 남은게 가장 큰 수확이죠”

김 대표는 “이제는 철저히 ‘강북토박이’가 되고 싶다. 점점 이곳이 좋아진다. 경복궁을 끼고, 서울의 아름다운 산들과 오래된 집들이 보이는 곳에서 화랑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큰 축복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갤러리 시몬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20일부터 ‘시몬의 친구들’(Simon‘s Friends)전을 연다. 전시타이틀은 “작가와 화랑은 친구처럼 함께 가야 한다”는 뜻에서 김 대표가 1994년부터 열어온 전시명이다.

20주년 ‘시몬의 친구들’전에는 문범, 배형경, 노상균, 강애란, 최선명, 권소원, 김주현, 황혜선, 구자영, 김신일, 이창원, 김지은 등 전속작가 12명 전원이 참여했다. 김 대표는 12명 작가들에 대해 ”앞으로도 꾸준히 함께 할 친구들”이라고 밝혔다. ‘친구들’을 고르는 기준을 묻자 “작품의 독자성을 첫째로 본다. 나를 매혹시키는 작업이라면 다른 건 안본다. 아, 한가지 더 보는 게 있긴 하다. 작가의 인품이다. 작품과 인품이 일치하는 작가여야 한다. 그래야 오래오래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다.”

20주년 맞은 갤러리시몬 “12명의 작가가 남은게 가장 큰 수확이죠”

이번 전시에는 전속작가 12명의 개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과 신작이 망라됐다. 반짝이는 시퀸 장식을 일일이 붙여 작업하는 노상균은 별자리 형상의 평면작업을 출품했다. 디지털 북 작업으로 유명한 강애란은 회화에 LED를 결합한 대작을 선보인다. 책을 비물질화시켜 ‘인간 정신의 뿌리’임을 인식시킨 공간작업이다.

뉴욕을 무대로 활동하며 국립현대미술관 ’2014 올해의 작가상‘ 참여작가로 선정된 김신일은 알파벳을 포갠 설치작품을 내놓았다. 조각은 ‘관객의 인식에서 만들어진다’는 개념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표현주의적 검은 인물조각을 고집해온 배형경의 묵직한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20주년 맞은 갤러리시몬 “12명의 작가가 남은게 가장 큰 수확이죠”

김 대표는 “작가들과 함께 하다 보니 20년이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앞으로도 유망 작가를 발굴해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 아, 12명의 친구들이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전시는 5월9일까지. 02-720-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