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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운 감자’ 태양광 中企업종 지정…相生생태계 붕괴 우려
중기중앙회 “과당경쟁 제도적 방지 필요”
업계 의견수렴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제안

발주처 신뢰할 수있는 알짜 中企 전무
시장형성 초기단계…대기업 역할 불가피


국내 태양광발전산업은 지난 3년간 혹독한 침체기를 지나왔다. 불황을 견디지 못한 업체들이 줄도산했고, 남아 있는 기업마저 ‘만들면 적자’인 현실 앞에 공장 문을 닫았다.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태양광산업을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쌓아온 상생 구조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높다. 아직 무르익지도 않은 시장이 휘청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태양광발전장치는 과당경쟁이 심해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중국산 저가제품을 쓸 수밖에 없어 전체적인 질이 떨어지는 현상을 제도적으로 방지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태양광업체들은 이 같은 조치가 관련업계의 특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한다. 태양광 장치를 설치하면 최소 25년 이상 해당 기업이 보증해야 하는데, 국내 중소 규모의 태양광업체 중에 이 정도 체력을 가진 기업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태양광 중소업체들 사이에서 도산이 비일비재했다”며 “사업을 맡고 나서 중간에 도산할 수 있고, 다 짓고나서도 관리를 해야 하는데 이를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태양광발전 설치사업은 주로 LS산전, OCI, 한화그룹,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이 수주해서 중소기업이 하청을 맡아 공사하는 구조로 진행돼 왔다. 발주처가 신뢰할 수 있는 대기업에 사업을 맡기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역할을 나눠서 참여하는 방식이다.

서울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 일환으로 진행하는 320㎿용량의 태양광발전소 시공사업이 대표적이다. 한화솔라에너지, OCI 등이 수주를 해서 중소기업이 일을 나눠 맡고 있다. 20㎿는 아예 중소기업 몫으로 떼놨다.

국자종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태양광설비사업이 아직 초기단계여서 시장 확산과 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 대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대기업이 앞장서서 맡은 바 역할을 해주고, 그 안에서 중소기업들이 운신의 폭을 넓혀서 활동하는 게 더 건강한 시장구조”라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낀 신성솔라에너지, 에스에너지 등 중견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곤혹스럽다. 신성솔라에너지는 임직원 250여명, 지난해 매출 1495억원으로 중소기업을 가까스로 벗어난 중견기업이다. 태양광발전장치가 ‘중소기업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신성솔라에너지는 공공조달 입찰에 원천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 회사 관계자는 “대기업처럼 자금력이 있어 버틸 수도 없고, 중소기업과의 경쟁에서는 원천적으로 밀려나게 돼 살아갈 판로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정책이 시행돼도 대기업 등과 상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중소 태양광시공업체 관계자는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해도 셀, 모듈, 인버터를 제조하는 대기업이 큰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윤ㆍ김윤희ㆍ이슬기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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