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째 기업혁신 모델 연구 한우물
컨설팅업계 새로운 대안 마련 전력


시작은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 1988년 중앙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자마자 물 흐르듯 삼성종합화학(현 삼성토탈)에 입사했다. 삼성과 현대 등 유수의 대기업이 앞다퉈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입사 3년차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엔지니어로서 마주한 현장은 충격적이었다. 여수 울산 등지에서 급조한 인력들은 팀워크를 발휘하기는커녕 난장판을 이루고 있었다. ‘혁신이 필요하다’고 처음 생각했다.

국내 오퍼레이션 컨설팅의 대가로 손꼽히는 김기홍(54·사진) 가온파트너스 대표가 컨설팅의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된 계기다.

지난 17일 경기 분당 가온파트너스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1991년 당시 7개월 동안 공장 근처 서점의 모든 경영 혁신 관련 도서를 독파, 평사원의 신분으로 ‘현장 혁신 계획’을 수립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김 대표가 낸 혁신계획은 끈질긴 설득 끝에 삼성종합화학 전사로 보급, 1988년 자본금 5000억원으로 설립된 삼성종합화학의 기업 가치를 1조3000억원으로 3배가량 끌어올리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이후 2001년 두산 계열의 컨설팅기업 네오플럭스(전 노보스컨설팅)로 자리를 옮겨 다시 10년간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그룹 해외 법인의 컨설팅을 담당했다. 김 대표는 “삼성에서의 10년은 몸으로 부딪쳐 혁신을 배운 시기였고, 두산에서의 10년은 전문가로 일하며 생각을 완성한 시기였다”며 “인생의 남은 10년은 지난 20년간 깨달은 철학을 실행하는 데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가온파트너스의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가 지난 2011년 네오플럭스의 상무 자리를 박차고 나와 설립한 가온파트너스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국내 컨설팅산업의 질적 향상’과 ‘기업 내부의 혁신 DNA 생성’ 두 가지다.

“국내 컨설팅산업은 근대산업의 발전과 함께 유기적으로 성장해온 미국 유럽의 그것과는 달리, 70년대 ‘공장 새마을운동’처럼 정형화된 이론을 ‘수입’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적이다.

즉, 국내 기업의 수준이 더는 추격할 만한 성장 모델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음에도, 컨설팅업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능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개별 기업 현장에 컨설턴트를 직접 투입해 맞춤형 혁신 전략을 제시하는 ‘오퍼레이션 컨설팅’과 기업 내부에서 스스로 혁신 동력을 찾는 ‘혁신 인력’의 육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1등의 자리에 오른 자는 결국 자기 안에서 혁신과 도약 계기를 찾아내야 한다”며 “우리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컨설팅업계가 달라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