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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탄생 수수께끼 풀렸다
하버드 스미소니언천체물리센터
남극에 설치된 우주망원경 이용
급팽창 흔적인 중력파 패턴 발견
인플레이션 이론 최초 직접증거

초기 우주 생성 과정을 둘러싼 의문이 풀렸다. 138억년 전 대폭발(빅뱅) 직후 지금과 같은 우주가 생긴 과정인 ‘우주 인플레이션’에 대한 직접 증거가 사상 최초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는 17일(현지시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기자회견에서 대폭발 직후 짧은 순간에 우주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지금과 같은 균일한 우주가 형성됐다는 ‘인플레이션 이론’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 중 하나로 꼽힐 전망이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1981년 빅뱅이론을 처음 세상에 내놓은 물리학자 알란 구스를 비롯해 전세계 과학자가 이번 발견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차기 노벨물리학상 수상은 이미 정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 발견은 남극에 설치된 우주망원경 ‘바이셉2(BICEP2)’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다. 바이셉2 프로젝트팀은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의 편광 성분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초기 우주 급팽창의 흔적인 ‘중력파’의 패턴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빅뱅이론을 설명하는 근거인 우주배경복사는 우주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는 초단파 영역의 전자기파다. 중력파는 퍼져 나가면서 고유한 뒤틀림을 일으키는데, ‘B-모드 분극화’로 이름 붙인 이 뒤틀림이 우주배경복사에 특별한 패턴의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대폭발 직후 ‘1억분의 1억분의 1억분의 1억분의 1초’보다 더 짧은 시간에 ‘1억배의 1억배의 1만배’ 내지 ‘1억배의 1억배의 1억배의 1백만배’의 규모로 급팽창했다. 이 흔적은 중력파의 형태로 우주 전체에 퍼져 나갔고, 이것이 우주 전체를 가득 채운 ‘빛의 물결’인 우주배경복사에 특정한 패턴을 남겼는데 이 패턴을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이번 분석의 요지다.

이번 바이셉2로 관찰된 중력파 패턴은 대폭발 이후 38만년께 새겨진 것으로 분석됐다. 대폭발 뒤 시간이 꽤 지나서 우주 전체의 평균 온도는 현재 태양의 표면 온도 정도까지 떨어지고, 물질은 플라스마 상태가 아닌 원자핵과 전자가 결합한 중성원자 상태가 된 시점이다. 빛의 입자인 ‘광자’가 물질과 반응하는 빈도가 확연히 떨어졌고, 빛이 우주를 그대로 통과하면서 우주배경복사에 패턴을 남겼다. 연구팀은 남극극에서 하늘 전체의 1~5도, 즉 보름달 지름의 2~10배에 이르는 부분을 관측한 뒤 데이터를 3년간 분석했다.

바이셉2 프로젝트팀장인 존 코박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물리학의 새로운 체제로 들어서는 창문을 연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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