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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카에 미친 수집가때문에.. 피아트 스파이더, 포드소방차 등 名車 한자리에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클래식카에 미친 한 사람 때문에 희귀한 차들을 한자리에서 보는 전시가 열리게 됐다. 4월 벚꽃이 만발하는 경남 진해에서 국내에선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희귀차와 명차를 선보이는 ‘세계 클래식카 전시회’가 열린다.

지난 40여년간 자동차 수집에 몰두해온 백중길 씨의 컬렉션을 중심으로 열리는 ‘세계 클래식카 전시회’가 3월 29일부터 4월 10일까지 경남 창원시 진해구 중원로터리 일원에서 개최된다.

백 씨는 경기도 여주의 8000여평 부지에 500여대의 희귀차량을 모아 관리하는 금호상사를 이끄는 자동차 컬렉터. 그는 자동차 운수업에 종사하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20대 시절(1970년대)부터 자동차를 모으기 시작했다. 비가 줄줄 새는 삭월세방에 살면서도 빚을 내 자동차를 사모았다. 

피아트 스파이더 124

국내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신차 생산에만 주력할 뿐, 자신들이 생산한 기존 차에는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시절에도 그는 그 차들을 부지런히 수집했다. 컬렉션에 포함시켜야 할 차가 있으면 차주인을 설득해 삼고초려 끝에 손에 넣은 적도 부지기수다.

백 대표는 애써 모은 자동차를 한꺼번에 잃기도 했다. 1990년 경기도 능곡에 물난리가 나면서 차량 60여대가 고스란히 물에 잠겼던 것. 보상금으로 150만원을 받았으나 못쓰게 된 차량의 폐차비용조차 안 됐다. 2011년에도 경기도 남양주에 보관 중이던 차량들이 수해로 훼손돼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유물로 지정된 대한민국 최초의 소방차. 포드 자동차를 개조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타던 국내 최초의 방탄차를 보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군부정권 시절 청와대 경호실에서 “일반인이 방탄차를 보유하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아 헐값에 매각하기도 했다. 청와대 경호실이 회수해간 차는 폐차장으로 직행하는 웃지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백 대표의 마지막 꿈은 경기도 여주에 자동차박물관을 짓는 것. 그는 “평생을 모은 자동차가 각종 영화와 시대극에 소품으로 쓰이면서 힘들었던 나의 자동차 수집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 전시가 클래식카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시회에는 국내외 자동차의 역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자동차들이 망라된다. 시발, 코로나, 포니 등 한국인의 향수를 자극하는 자동차부터,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탔던 의전차량, 벤츠와 폭스바겐, 롤스로이스, 페라리 등 세계적인 명차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는 ▶한국 자동차 역사관 ▶특별전시관 ▶세계 자동차 역사관 ▶에피소드 관으로 나뉘어 30여대의 희귀 자동차가 출품된다.

볼보 아마존

특별전시관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탔던 캐딜락 플리트우드60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탔던 캐딜락68 리무진이 공개된다. 미국 GM자동차가 1968년 생산한 캐딜락68 리무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개통식 때 시승했던 차다. 

그 당시 아직 일반에 개통하지 않았던 경부고속도로를 배우 신성일이 빨간색 무스탕을 타고 질주하다가 박 대통령 일행과 마주쳤다는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무스탕의 주인이 당대 최고배우라는 사실을 알고 문제 삼지말 것을 경호실에 지시하며 신성일이 처벌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뒷얘기도 전해진다. 

삼륜 T-2000

한편 국내에서 유일하게 문화 유물로 지정된 대한민국 최초의 소방차도 출품된다. 이 소방차는 포드사의 자동차를 소방차로 개조한 것으로, 수동식 사이렌과 종, 물을 끌어올리는 수압장치가 장착돼 있다. 이밖에 고종황제의 의전차량으로 쓰였던 미국 포드자동차의 포드모델A(1903년)의 실물사진, 국제차량공업사가 제작한 시발(1955년) 자동차, 신진자동차가 제작한 코로나(1966년)도 만날 수 있다. 기아산업이 1967년 생산한 삼륜 T-2000은 바퀴 3개로 굴러가던 아담한 소형 화물차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각종 전시회에 선보여졌던 현대자동차의 포니원, 아시아자동차의 피아트124 등도 전시 리스트에 포함됐다.

아울러 세계적인 해외 명차들도 만날 수 있다. 미국 포드의 1930년대 포드 디럭스 세단, GM의 뷰익 스페셜(1958년), 캐딜락 시리즈 75(1951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벤츠 280SE, 영국 롤스로이스의 실버쉐도우 2, 이탈리아 페라리의 F400GT 등 클래식카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으는 차들이 포함됐다.
관람료 성인 8000원, 청소년 6000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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