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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신흥국 경제 불안 ‘강건너 불구경’ 하다간 역풍 맞는다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미국의 출구전략과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로 신흥국 경기 불안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이 ‘강건너 불구경’ 하다가는 역풍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최근 ‘ContagEM(전염contagionㆍ신흥시장 emerging market)’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신흥국 쇼크와 선진국 낙관은 공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모간스탠리는 “현재의 혼란이 1990년대 후반의 위기로 재연될 경우 진도는 더 강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새로운 경기 후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90년대 후반과 3가지 다른점=80페이지에 달한 이 보고서는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와 현재가 3가지 측면에서 다르다고 강조했다. ▷세계경제에서 신흥국 존재감 증가 ▷선진국의 신흥국 의존도가 상승 ▷선진국 성장률 저조가 바로 그것이다. 그만큼 신흥국 충격이 글로벌 경제를 패닉으로 몰고 갈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37%에서 2013년 50%로 높아졌다. 선진국의 대(對)신흥국 수출 비중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21%, 미국 43%, 일본 59%로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주식ㆍ채권 등 금융자산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0%정도로 17년 전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났다.

이처럼 신흥국의 위상과 선진국의 의존도는 높아졌지만 선진국의 경제성장은 저조해 충격 완충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으로 지적됐다. 선진국 가운데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 미국의 경우, 지난 5년 간 실질성장률이 평균 2% 전후에 머물렀다. 이는 IT혁명이 일었던 1990년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유럽과 일본은 제로성장이거나 마이너스 성장으로, 신흥국 위기가 덮칠 경우 감내할 수 있는 힘은 턱없이 부족하다.

▶신흥국 위기발발 2개 시나리오=보고서는 신흥국 위기가 발발한다면 두가지 상황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는 브라질ㆍ터키ㆍ인도 등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이른바 ‘쌍둥이 적자’를 안고 있는 국가로의 자본유입이 멈추고 다른 신흥국에 전이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중국의 성장률이 급락하면서 중국에 자원 및 제품을 수출하는 다른 신흥국이 2차 타격을 입는 상황이다. 신흥국간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2%에서 최근 27%로 늘어났다. 중국이 신흥국의 성장엔진 역할을 했던 만큼 “중국의 경기둔화는 신흥국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기대응력 최악 선진국은?=그렇다면 신흥국 위기가 발발했을 경우 가장 취약한 선진국은 어디일까. 보고서는 ‘유로존’이라고 지적했다. 내수가 약한데다 유럽 기업들의 신흥국 의존도가 높아 심각한 내상이 우려된다.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경기상승 모멘텀이 부족하고 경기침체에 빠져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대(對) 신흥국 수출이 60%로 높은 것이 악재로 작용해 마이너스 성장과 경기후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안전자산 수요가 높아지면서 엔화 ‘사자’ 열풍이 일면 일시에 달러당 90엔까지 엔고가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 하락이 플러스 요인이고, 일본은행(BOJ)의 추가완화도 경기 하한선을 지키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디플레 탈출은 물건너 갈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가장 타격이 적은 나라는 미국으로 관측됐다. 보고서는 “주가하락과 금융시장 악영향은 Fed의 추가대책으로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진국, 신흥경제 불안 경시 왜?=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은 신흥시장의 불안을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재닛 열런 의장을 비롯한 위원들은 “신흥국 충격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와 관련 “Fed 입장에서는 타국 문제로 위기감을 부추기는 것을 피하고 싶은데다 ‘미국 경제에도 파급위험이 있다’는 발언이 정책적으로 대응한다는 억측을 불러 일으킬수 있기 때문”에 신중론을 펼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평온을 유지하려고하는 역학이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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