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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림사태, 러시아 경제 어떻게 되나
러시아 경제에 대한 서방사회의 제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러시아에 자산동결 및 교역ㆍ투자 규제 등 경제 제재안을 가동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해왔다.

16일(현지시간) 주민투표에서 러시아 귀속안이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자, 향후 펼쳐질 러시아와 서방 간 ‘경제 전쟁’ 구도에서 세계 경제가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소련봉쇄’ 부활?=크림 사태를 놓고 양측이 평행선만 그릴 경우 서방은 세계 경제에서 러시아를 철저히 ‘고립’시킬 수 있다. 냉전시대 소련의 손발을 묶어버린 ‘봉쇄정책’을 다시 밀어붙이는 것이다.

미국과 EU는 이르면 17일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에 대해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여행금지, 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재 대상엔 지위가 낮은 측근부터 올려 올리가르히(신흥재벌)를 서서히 압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16일 오스트리아 주간 ‘프로필’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전하며 미국과 상호 논의한 제재안이 17일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보다 구체화돼 발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단 제재안이 시작되면 러시아 경제가 받을 충격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EU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막대하다. EU의 대러 수출은 역내 총생산(GDP)의 1%에 불과한 반면, 러시아의 대EU 수출은 GDP의 15%에 달한다. 한해 수출 물량의 절반이 EU로 수출되며 그중 원유와 천연가스의 비중이 약 60%를 차지한다.

EU는 러시아의 최대 투자국이기도 하다. 러시아 외국인직접투자(FDI)의 75% 가량이 EU에서 유입된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떠안게 되면서 늘어날 부담도 만만찮다. 크림 정부는 그동안 예산의 70%는 물론 식량ㆍ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헬레나 야코브레프 골라니 토론토대 교수는 이에 대해 “러시아가 향후 5년 간 크림 지역에 인프라를 짓고 200여만명의 주민들에게 사회보장혜택을 제공하는 데 연간 100억달러를 쓸 것”으로 추산했다.

CNN머니에 따르면 이 같은 불안이 시장에 반영되면서 러시아 MICEX 지수는 올들어 20% 가까이 떨어졌으며 달러대비 루블화 가치는 역대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1∼2월 러시아 금융시장에서 330억달러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으며 이 규모는 3월 말 550억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 ‘부메랑’=대러 제재가 본격화하면 세계 경제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캐나다 국제화연구소(CRG)는 “러시아 경제 제재는 ‘부메랑’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러시아가 보복에 나서면 세계 경제는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선 원자재시장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독일은 천연가스의 40% 이상과 원유의 3분의 1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셰일혁명’에 힘입어 천연가스 수출을 강화하고 있지만 수출량은 2012년 기준 460억입방미터로 러시아(2000억입방미터)에 한참 못 미친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맞서 ‘팃포탯’(보복) 카드를 꺼내들 경우 원자재 가격은 요동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러시아 정부가 여기에 러시아 현지 자원 개발사업에 뛰어든 서방기업들에 대해 규제에 나서면 BP 등 메이저업체들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또 신흥시장은 투자자 이탈로 몸살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위험자산 매도세는 강해졌다.

17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푸틴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는 사람이 75 %에 달하지만 대러 경제 제재를 지지하는 응답자는 38%에 그친다는 독일 ARD방송의 여론 조사를 인용하며 시장에서 이 같은 불안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며 이런 불안을 가중시켰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대출기관들에 크림 주민투표 이후 상황에 따라 긴급 유동성 조치를 가동할 수 있다고 언질을 준 상태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긴급 수혈한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마지막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위탁 국채자산에서 1050억달러가 빠져나갔다면서 러시아 금융기관들이 자산동결을 예상하고 선제조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보도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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