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성공한 지역축제도 주민엔 속빈강정
150만명 화천 산천어축제…주민 혜택은 해마다 감소
1인 사회보장기금 2012년 134만원
2010년 172만원보다 22% 감소
1인당 교육기금도 2년새 9%줄어

함평 나비축제·진주 유등축제도
주민복지보다 공무원 경비 치솟아
지자체 외부위탁 대행비도 급증

2000여 지역축제 똑같은 고민

요즘 강원도 화천 산천어 축제장에서는 수중 정화 활동이 한창이다. 150만명의 방문객이 빙판 위를 채우고 한 달 가까이 낚시를 즐겼으니, 폐사한 물고기와 쓰레기가 쌓이는 것은 당연한 일. 잔치가 끝나고 뒤처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고달픈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오죽했으면, ‘잔칫날 다가오는 듯하다’는 속담으로 행사를 치러야 하는 사람의 걱정을 대신했을까. 민ㆍ관ㆍ군이 힘을 합쳐 산천어 축제를 세계적인 행사로 키워낸 화천 주민들의 수고로움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 노력과 성과가 실제 주민들의 ‘삶을 질’을 높이는 데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헤럴드경제가 화천군의 재무보고서를 바탕으로 몇 가지 지표를 점검한 결과, 주민들의 삶의 질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 역력했다.

화천군의 경우 민간에 지원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의 지원금인 ‘주민 1인당 사회보장기금’이 지난 2012년 기준 134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의 172만원보다 22%나 감소한 것이다. 또 ‘주민 1인당 교육기금’도 2년 새 9% 가까이 줄었다. 해가 거듭되면서 축제의 명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지역민들의 삶의 질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나비축제로 유명한 함평군과 유등축제로 잘 알려진 진주시의 경우는 주민 1인당 사회보장기금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주민 1인당 사회보장기금보다는 공무원의 각종 경비 지출 증가율이 더욱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특히 지자체가 행사를 외부에 위탁하는 경우가 늘면서 ‘공무원 1인당 위탁대행사업비’의 증가폭이 눈에 띄게 커졌다. 진주시의 경우 2012년 공무원 1인당 위탁대행사업비로 2163만원을 지출해 2010년 대비 11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화천군, 함평군도 이 항목이 각각 18%, 25% 늘어났다.

또 ‘공무원 1인당 출장비 및 업무추진비’도 진주시와 함평군은 각각 17%, 20%의 증가했으며, ‘공무원 1인당 소모품비’도 진주시, 화천군은 각각 43%, 26%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연간 2000개를 넘어선 우리나라 지역 축제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관 주도로 대부분의 축제가 진행되는 까닭에 공무원이 집행하는 ‘대리인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병폐를 안고 있다. 또 축제를 위한 시설 투자에 집중, 주민 복지가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등의 문제점을 낳고 있다.

봄바람이 불면서 전국이 각종 축제로 들썩일 조짐이다. 산천어축제와 같은 겨울 축제가 끝나면서 벚꽃 축제가 개막을 기다리고 있으며, 여름에는 머드축제, 록 페스티벌 등이 이어진다.

연간 1조원에 육박하는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는 지역 행사와 축제가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혹시 6ㆍ4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행사에 그치지 않는지 다시금 꼼꼼히 점검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