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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림 주민 95%, 러 귀속 찬성-잠정집계 결과…크림의 운명은?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우크라이나 크림 공화국에서 16일(현지시간) 실시된 주민투표 잠정집계 결과 93%가 크림의 러시아 귀속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향후 크림 자치공화국은 우크라이나에서 탈퇴, 러시아와의 합병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이번 주민투표를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크림, 러와 합병 95% 찬성=크림 자치 정부는 주민 투표 잠정 집계 결과, 95%의 주민이 러시아 귀속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크림 정치사회연구소는 이날 오후 8시(현지시간) 주민투표가 종료된 뒤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서 “크림의 러시아 귀속에 93%가 찬성했고, 7%가 1992년 크림 헌법 복원과 크림의 우크라이나 잔류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1992년 헌법은 크림이 광범위한 자주권을 가진 자치공화국으로 우크라이나에 잔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같은 출구 조사 결과는 이날 투표가 실시된 크림 공화국과 세바스토폴 특별시의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나왔다.

크림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도 80%로 지난 2012년 총선 때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높았다고 밝혔다. 세바스토톨의 투표율은 85%를 넘어섰다고 현지 선관위가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다음날 발표될 공식 주민투표 결과도 출구 조사와 크게 차이가 나지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써 공화국 지위에 대한 크림 주민들의 의사 표시 절차는 끝났다.

이제 러시아가 러시아 연방의 일원으로 크림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원 심의와 상원 승인, 대통령 서명 등의 절차가 남았다. 크림은 러시아 측 절차가 이달 말까지 마무리되길 바라고 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3시)부터 크림 공화국 내 1205개 투표소가 일제히 문을 열었다. 전체 주민이 약 200만명인 크림 공화국에선 18세 이상의 성인 약 150만명이 유권자 등록을 했다.

크림반도에 있지만, 행정구역상 크림 공화국에 속하지 않는 ‘특별시’의 지위를 가진 남부도시 세바스토폴에서도 별도의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192개의 투표소가 차려진 세바스토폴에서는 약 30만명이 등록했다.

크림 의회는 소련 붕괴 후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이듬해인 1992년 공화국도 역시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한다는 내용의 개헌안을 채택했으나,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허락하지 않아 자치권을 부여받는 선에서 타협했다. 따라서 두 번째 항목은 독립을 선포한 당시 헌법으로 복귀한다는 뜻이다.

하루 앞선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의 요청으로 15개 이사국 전체회의를 열어 ‘크림 주민투표 무효’ 결의안을 표결에 올렸으나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탓이다. 중국은 기권했다.

미국과 한국 등 나머지 13개 이사국은 찬성했다.

▶크림의 운명은?= 출구조사 결과, 러시아 귀속안이 주민투표에서 통과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크림 자치 당국은 즉각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절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독립적 주권국가‘로서 국가 간 합의에 따라 러시아에 합병을 요청하게 될 전망이라고 이타르타스 통신은 전했다.

콘스탄티노프 의장은 귀속 절차를 3월 안에 모두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러시아 하원은 투표 결과가 나온 후인 21일 크림 병합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크림 당국은 현지 요새를 차지한 우크라이나 병력이 선거 이후 항복하지 않으면 ’불법‘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서방은 이번 주민투표 자체가 불법이라는 입장이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인정 여부를 놓고 대립이 격화될 전망이다.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본토 동부지역의 향후 행보도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이 지역에서는 최근 친러-반러 시위대의 잇따른 무력 충돌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편, 국제사회에서는 주민투표의 적법성 여부를 놓고 서방과 러시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번 주민투표의 지지자들은 올해 9월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놓고 시행하는 주민투표와 다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서방은 스코틀랜드의 경우 자유로운 토론이 허용되는 분위기에서 투표가진행되기 때문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이번 주민투표의 경우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실질적으로 무력 장악한 상태에서 진행되며, 시행일을 2주 남짓 남겨놓은 상황에서 ’일사천리‘로 결정됐다.

러시아로의 합병을 둘러싼 공적 토론이나 선거운동도 사실상 없었다는 게 서방 언론의 지적이다.

크림 의회는 지난달 27일 친러 성향의 ’러시아 단합당‘ 소속 의원 세르게이 악세노프를 새 총리로 선출하고 주민투표를 선언했다.

주민투표는 당초 연방 대통령 조기 대선일인 오는 5월 25일에 함께 실시하기로 돼 있었지만, 날짜가 이달 30일에서 다시 16일로 두 차례에 걸쳐 당겨졌다.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들어선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이번 투표를 위헌으로 규정했으며, 결과를 무효화하기 위해 자국 내에서 주민투표를 금지하는 법령을 발효한 상태다.

그러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부는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자체가 ’반(反)헌법적 쿠데타‘로 들어선 권력이기 때문에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 사태로 촉발된 위기 상황을 틈 타 러시아의 크림 반도 장악, 크림의 갑작스런 주민투표 선언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러시아 정부가 배후에서 사전 기획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겉으로는 자국이 이번 사태의 배후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주민투표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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