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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제된 폭력의 기억…미메시스뮤지엄 박찬용의 ‘동굴의 우상’ 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조각가 박찬용이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작품전을 열고 있다. 열린책들(대표 홍지웅)이 모더니즘 건축 거장 알바루 시자(포르투칼)에 의뢰해 만든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2014년 첫 전시로 박찬용 조각전을 기획했다.

박찬용은 모더니즘적 미학을 간직한 미술관 공간을 거대한 동물 박제와 투견 조각으로 가득 찬 ‘기이한 박물관’으로 변이시켰다.

그의 조각은 폭력성이라는 한국의 신을 번안하고 있다. 즉 ‘투견’ ‘박제’ ‘서커스’ 등 일련의 연작과 신작 ‘동굴의 우상’은 한국 현대사회를 거의 집어삼키고 있는 폭력을 영원불멸한 박제물로 뒤바꿔놓은 것이다. 

박찬용, 동굴의 우상. 합성수지 위에 채색. 2013 [사진제공=미메시스 아트뮤지엄]

작가는 “오늘 한국 사회는 인간의 세계가 아니라, 여전히 동물의 왕국인 듯하다”며 “사람들은 강한 대상에 대한 동경과 그 잔인함에 끌린다. 투견 판은 인간의 폭력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신작 ‘동굴의 우상’은 알타미라 동굴벽화에 등장하는 상상 속 거대한 동물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약 2만년 전 선사시대 크로마뇽인이 그렸다는뿔이 사납도록 길고, 큰 이 동물은 사냥의 성공과 풍요를 기원하는 샤머니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박찬용은 “과학이나 종교가 발달하지 않았던 원시시대의 원시상태가 오히려 더 인간적이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번 작업은 원시사회 속 인간에 대한 순수한 동경이 배어 있다.

박찬용, 우상. 합성수지 위에 채색. 양가죽 2013 [사진제공=미메시스 아트뮤지엄]

박찬용은 동국대학교 예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년간 12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야생의 거친 동물로 표출되는 그의 조각은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신랄하게 드러낸 것이다. 최근들어 작가는 인간의 욕망과 종교가 교차되는 지점을 탐색하고 있다.

2002년 송은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송은문화재단, 분당 율동공원, 연천시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5월 11일까지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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