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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수를 재해석하던 황인기,유한한 인간존재를 주목하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금속핀, 크리스탈, 레고 블록 등으로 옛 화가들이 남긴 전통산수화를 재해석하며 ‘디지털 산수’작업을 해왔던 황인기(63)가 확 달라진 작업을 들고 돌아왔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 초대로 개인전을 개막한 황인기는 이번에 유한한 생명체인 인간 존재와, 그 인간이 만든 문명에 주목한 작업을 선보인다.
황인기 내일이면 어제가 될 오늘, variable size, mixed media, 2014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전시타이틀은 ’내일이면 어제가 될 오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덧없는 시간을, 그리고 시간성을 천착한 다양한 설치작업들이 나왔다. 또 유한한 생명체인 인간 존재의 쓸쓸함을 묵직하게 드러낸 작업도 만날 수 있다. 설사 아흔(90세)까지 삶을 영위한다고 해도 3만2000여일 밖에 못사는 인간이, 마치 영원불멸한 존재인냥 살아가는 모습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이번에 황인기는 이른바 ‘명품’이라 불리는 럭셔리 패션아이템과 유명스타의 사진을 활용한 공간 설치프로젝트도 선보이고 있다.
도심 거리며 지하철, 버스에서 3초마다 마주칠 정도로 흔하다 해서 ‘3초백’(헤럴드경제 2007년 7월20일자 ‘3초백, 5초백, 7초백을 아세요?’ 보도 참조)이라 불리는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캔버스백 40여점을 주렁주렁 매단 작품이 그것이다.

작가는 미술관에 철제 거치대를 만들고, 진품인지 ‘짝퉁’인지 알 순 없으나 도무지 성한 게 없는 낡은 명품가방을 정육점 고깃덩이처럼 갈코리에 매달아놓았다. 가방들은 땅 속에 오래 묻혀 있었는지 흙먼지 범벅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 결국 쓰레기처럼 버려질 명품가방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한국 사회의 획일화된 소비풍조에 의표를 찌르는 이 작업의 타이틀 또한 ‘내일이면 어제가 될 오늘’이다.

현재 충북 옥천에 머물며 작업하는 황인기는 “작년말 중학동창들을 만나 보니 지난 50년의 세월이 어마어마한 시간같은데 마치 한순간처럼 휙 지나갔음을 느꼈다”며 “빠르게 지나간 과거만큼이나, 빠르게 다가올 미래를 오늘의 시점에서 찬찬히 바라보게 됐다”고 밝혔다.

황인기 내일이면 어제가 될 오늘, 240cm×796cm, mixed media, 2014(detail)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50여개의 액자 표면에 유리 대신 흙먼지 묻은 폐비닐을 부착한 벽면 설치작품도 눈길을 끈다. 자세히 다가가보면 앤젤리나 졸리,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제시카 알바, 현빈, 이승기 등 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인 스타들의 눈부신 사진들이 액자마다 꽂혀 있다. 지금은 더없이 총애를 받고 있지만 이들 또한 시간의 흐름 앞에선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임을 드러낸 작업이다.

오랫동안 정기구독해온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 80여권을 빛바랜 고서처럼 보이게 한 작품, 작가 자신의 몸을 껍데기처럼 본 뜬 인체 작업 또한 ‘시간성과 죽음’이란 주제를 어둡고 진중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전시는 4월 18일까지. 02-736-4371.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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