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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라이프] 슈퍼리치들, '팝아트의 제왕' 앤디 워홀 택했다
재앙 · 죽음 다룬 작품 ‘실버 카 크래시’
작년 11월 소더비서 1억달러 벽 돌파

피카소 2776점 경매 낙찰총액 2위에
프란시스 베이컨은 단일작품 최고가


세계의 슈퍼리치들이 또다시 앤디 워홀(Andy Warholㆍ1928~87)을 택했다. 이 ‘팝아트의 제왕’은 최근 공개된 세계 미술시장 보고서에서 다시 한 번 정상을 달리며, 슈퍼 컬렉터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음을 입증했다.

국제 미술시장 분석기관인 아트프라이스 닷컴(Artprice.com)이 각국의 지난해 경매 기록을 기반으로 최근 발표한 ‘2013 아트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워홀 작품은 2013년 한 해 동안 총 3억6741만달러(수수료 불포함)의 낙찰액을 기록하며 2012년에 이어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피카소(3억6139만달러), 3위는 장다첸(2억9166만달러)이었다.

이로써 워홀은 지난 2007년이래 경매시장에서 정상권을 달리고 있다. 2010년 피카소에게 한 차례, 2011년 중국 작가(장다첸)에게 한 차례 1위 자리를 내준 것을 제외하곤 줄곧 수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지난해 11월 1억500만달러(한화 약 1125억원, 수수료 포함)에 팔리며 앤디 워홀 작품 경매의 최고가를 경신한‘ 실버 카 크래시’ (1963년 작). 26년간 단 한 차례 공개됐던 작품으로, 워홀의 ‘그린 카 크래시’가 지난 2007년 세웠던 최고가(7100만달러) 기록을 제쳤다. 경쾌한 팝아트 작가로만 알려진 워홀이 사실은 심오한 예술관과 통찰력을 지닌 작가임을 입증해주는 묵직한 작품이다.

▶‘현대미술 마(魔)의 1000만달러 벽’을 깬 것도, 1억달러 돌파한 것도 ‘워홀’=지난 2005년 초까지만 해도 해외 미술시장에선 ‘현대미술(컨템포러리 아트)에는 1000만달러 장벽이 존재한다’는 말이 있었다. 피카소ㆍ모네 작품과는 달리 현대미술은 ‘마(魔)의 1000만달러’ 돌파에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5년 5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워홀의 ‘Liz’가 1260만달러에 낙찰되며 그 벽을 깼다. 현대미술품 가격 상승의 서곡을 알린 기록이었다.

이듬해(2006년) 크리스티에선 ‘Mao’가 1740만달러, ‘오렌지 마릴린’이 1630만달러에 팔렸다. 이후 워홀 작품은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펄펄’날았다. 1997년 100이었던 워홀 작품의 가격지수는 2006년 359로 치솟았다. 지수상 9년간 3.6배의 상승을 보였던 것. 그러나 이후 성장세는 더 가팔랐고, 지난해에는 마침내 1억달러의 벽도 깼다.

워홀의 또 다른 작품 ‘코카콜라 3’.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뉴욕경매에서 5728만달러에 낙찰됐다.

앤디 워홀하면 ‘마릴린’ ‘코카콜라’ 같은 발랄한 작품이 떠오른다. 그러나 워홀은 후반기에 ‘죽음’ 같은 묵직한 주제도 다뤘다. ‘재앙’을 다룬 그의 ‘실버 카 크래시’는 지난해 11월 소더비에서 1억달러(수수료 포함)를 넘어서며 미술시장에 큰 파란을 일으켰다. 물론 작년 11월 크리스티에서 프란시스 베이컨(영국)의 유화 ‘루시아 프로이트의 세가지 연구’가 1억4240만달러에 팔리며, 뭉크의 ‘절규’가 세운 종전 기록을 넘어서며 경매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는 3점이 하나로 연결된 작품이란 점에서 단일 작품으론 워홀이 최초(팝아트 부문)로 1억달러의 벽을 깬 셈이다. 10년 전 1000만달러의 벽도, 2013년 1억달러의 벽을 깬 것도 워홀인 것.

이 같은 가파른 성장세에는 워홀의 마스터피스를 반드시 손에 넣고자 하는 슈퍼리치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이다. 

작년 5월 필립스 뉴욕 경매에서 3400만달러에 팔린 앤디 워홀의 대표적인 인물작업‘ Four Marilyns’.

아트프라이스는 “아트월드의 제왕인 워홀의 ‘명성’을 트로피처럼 간직하려는 전 세계 슈퍼 컬렉터들 때문에 경합이 뜨거웠다”고 분석했다.

한동안 “그깟 실크스크린이 오르면 얼마나 오르겠어!”하고 워홀 작품을 대단찮게 여겼던 이들은 “이렇게 오를 줄 몰랐다. 그때 사둘 걸 그랬다”며 후회하고 있다.

미국의 리처드 폴스키는 저서 ‘나는 앤디 워홀을 너무 빨리 팔았다’에서 힘겹게 손에 넣었던 워홀의 ‘자화상’(일명 ‘깜짝가발’)을 지난 2005년 경매에서 37만5000달러에 팔아치운 후, 땅을 치고 후회하는 심정을 토로한 바 있다. 이후 ‘깜짝가발’은 가격이 10배 이상 올랐다.

최근 들어 워홀의 작품은 철저히 파는 자, 즉 ‘Seller’s 마켓’이 되고 있다. 사려는 자들은 줄을 섰지만 메이저 경매의 간판으로 내걸 만한 걸작을 팔겠다는 이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팝아트의 제왕’ 앤디 워홀.

친숙하다 못해 너무나 흔하게 느껴지는 워홀 작품이 이렇듯 ‘최우량주’로 자리를 굳힌 것은 ‘미술사적 중요성’ 때문이다. 그를 계기로 ‘팝아트’가 본격적인 예술로 진입했으니 팝아트의 논리를 만들어낸 워홀의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최윤석 서울옥션 이사는 “워홀은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작가다. 내로라하는 슈퍼리치들은 워홀의 주요작을 한두 점씩 보유하고 있다. 현대미술 컬렉터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아이콘적 작품인 것이다. 미술사적 기여도와 작품량, 가치 측면에서 워홀을 넘어설 작가가 없다”고 밝혔다.

동유럽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워홀은 남다른 시대적ㆍ예술적 통찰력으로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고유한 예술언어로 구축해냈다. 누구도 ‘예술’이 될 거라고 여기지 않았던 수프깡통이며, 상품상자, 신문에 실린 대중스타와 정치인의 초상을 ‘반복’과 ‘차용’기법을 통해 작품화한 것이다. 실크스크린, 오브제, 퍼포먼스, 사진을 넘나들었고 영화도 50편이나 제작했다.

아트프라이스는 “워홀 작품은 국제 경매시장에서 10년 주기로 평균 58% 올랐다”며 “작년의 경우 1459점(회화ㆍ판화ㆍ사진 포함)의 총낙찰액은 3억6741만달러, 평균낙찰가는 25만2000달러였다”고 밝혔다. 


▶바스키아, 리히터, 리히텐슈타인도 주목해야 할 작가=워홀에 이어 ‘톱10’에 오른 작가들의 면면도 흥미롭다. 워낙 방대한 작품량을 남긴 파블로 피카소는 작년에 2776점이 거래되며 2위에 올랐다. 요절작가 장-미셸 바스키아는 최근 들어 작품값이 뛰며 3위에 랭크됐고, 그 뒤를 프란시스 베이컨(6위), 게르하르트 리히터(7위), 로이 리히텐슈타인(8위)이 이었다. 또 쩡판즈(21위), 제프 쿤스(25위), 크리스토퍼 울(30위)같은 현존작가 작품에 대한 수집 열기도 뜨거웠다. 단 영국의 데미안 허스트는 88위로 순위가 밀렸다.

아트프라이스는 “역사상 이렇게 뜨겁고, 탐욕스러웠던 해는 없었다”며 “2013년 세계 아트마켓은 120억500만달러의 낙찰액을 기록하며 2012년에 비해 13% 올랐다. 전체낙찰액 중 절반이 100명의 유명작가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이는 아시아, 중동, 러시아의 새로운 슈퍼리치들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전후(戰後) 현대미술과 컨템포러리 아트의 약진이 돋보였고, 크리스티는 247년 역사상 최고액인 35억 5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1만5000명의 작가가 경매를 통해 새로운 기록을 경신했다고 리포트했다.

국가별로는 미술시장의 양대산맥인 중국과 미국이 각각 1ㆍ2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2013년에 낙찰액이 21% 증가했고, 미국도 20%나 상승했다.

양국의 매출은 세계 아트마켓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단 중국 매출은 자국 내 작가에 한정돼 있고, 실제 거래성사액은 낙찰액보다 낮은 것이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몇몇의 슈퍼리치 컬렉터들이 아트마켓을 이끄는 영국이 3위(21억달러)를 차지했고, 프랑스(5억4900만달러)와 독일(2억700만달러)이 4ㆍ5위를 달렸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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