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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바세상?…사장님 나빠요
10분 지각때마다 벌금1000원
추운데 얇은 유니폼차림 배달
수시로 확인문자 감시 불쾌감
안나올까봐 임금 일부 예치

한 패스트푸드점 카운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A(17) 양. 매일 업무 준비를 위해 원래 규정된 출근시간보다 10~15분 정도 일찍 도착해야 했다. 일의 마무리를 위해선 밤에는 퇴근시간보다 항상 10~15분 늦게 퇴근해야 했다. A 양은 이에 대한 추가 임금을 한 번도 지급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반대로 업무 시간에 1분이라도 지각하면 10분당 1000원의 벌금을 내야 했다. A 양은 이에 부당함을 느껴 노동부에 진정을 냈지만 이를 알게 된 매장 매니저가 ‘괘씸죄’를 이유로 임금을 못 주겠다고 버텼다. 결국 A 양은 청소년 활동가와 함께 일터를 찾아 항의를 한 뒤에야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추가 임금을 안 주는 것도, 지각을 이유로 벌금을 걷는 것도 다 불법이다.
10대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현장이 이 같은 불법이 판치면서 갑(甲)의 횡포로 얼룩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법적 권리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악용, 고용주가 임금 미지급은 물론 인격적인 모욕 등 보이지 않는 부당 대우를 하는 사례도 빈번해 관련 대책이 요구된다. 이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2013년 8월 말부터 11월까지 약 석 달간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의 면접 조사를 진행해 이달 초 발간한 ‘10대 밑바닥 노동실태조사 자료집’에서 드러난 현실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아르바이트 환경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횡포 앞에서 좌절한 사례는 많다. 치킨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던 P(17) 양. 아르바이트 시작 당시 사장은 “청소년들은 책임감이 없어 자주 잠수(?)를 탄다”며 “4일치 임금인 12만원은 깔아놓겠다(나중에 주겠다)”고 했다.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P 양은 얼마 후 일을 그만두겠다며 사장에게 아직 지급하지 않은 12만원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P 양은 주변 어른을 모시고 사장을 찾아간 후에야 돈을 받을 수 있었다.

B(19) 양은 푸드코트 아르바이트를 할 때 시급에 큰 차이가 없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10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최하층 직원’이라는 딱지를 달고 차별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B 양은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음식 배달을 자주 갔는데 날씨가 추워도 얇은 실내 유니폼만 입어야 하는 복장 규제 때문에 외투를 입지 못하고 덜덜 떨어야 했다”며 “그런 모습을 남들이 의아하게 바라볼 때 창피하고 속상했다”고 했다.

C(19) 군은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C 군은 “출근하면 사장님한테 ‘딩동’하고 문자가 오는데, 편의점에 설치된 CCTV로 내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고 털어놨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이에 대해 “청소년의 불안정노동이 확산하고 있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유연성이 강화되면서 기간제, 간접고용 등이 새 일자리의 주를 이뤘고, 이 영향을 청소년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 노동시장에서 불안정노동 확산을 막고 불안정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라며 “업무별 노동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10대 청소년 노동자 보호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0년 6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청소년은 총 조사대상자 2842명 가운데 827명(29.1%)이었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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