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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봇물터진 롱숏펀드, 졸속 운용 우려
순자산 규모 2조 육박 급성장
6개월새 18개 상품 줄줄이 출시
운용 경험없는 매니저가 맡기도
리서치 능력 탄탄한지 살펴봐야


국내 펀드 시장에 롱숏펀드 인기가 거세다. 지난해 답답한 증시 흐름에서 돋보이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어느새 ‘틈새상품’이 아닌 ‘대세상품’이 됐다.

1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롱숏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2조원을 넘으며 2012년 말(약 1700억원)에 비해 11배 이상 급성장했다. ‘원조’격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최강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후발주자들이 속속 가세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이날 미래에셋스마트롱숏50펀드와 미래에셋스마트롱숏30펀드 2종을 출시한 것을 비롯, 최근 6개월새 모두 12개 운용사에서 18개의 롱숏펀드가 출시됐다. 운용 전략도 국내 시장에 상장된 종목뿐 아니라 일본이나 아시아, 글로벌 주식을 대상으로 롱숏전략을 구사하는 등 다양해지고 있다. 


단기간에 롱숏펀드 출시가 봇물을 이루면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올해 들어 속속 선보이는 롱숏펀드는 두어 달 내에 신속히 만들어졌다. 졸속 출시에 운영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JP모간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를 신규 출시하려면 까다로운 내부감사 기준 등을 거쳐 꼭 필요한 펀드인지, 다른 운용사와 차별화된 것인지 등을 따진다”며 “이 과정이 최소 6개월은 걸린다”고 말했다.

고광수 부산대 교수(경영학)는 “유행 따라 펀드를 너무 쉽게 만들다 보니 규모가 작은 펀드가 난립하고 있다”며 “유행이 지나 방치된 자투리 펀드는 결국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고 운용사의 수익률 조작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국내 헤지펀드 역사가 짧은 상황에서 롱숏펀드를 운용할 인력이 충분한지 물음표가 붙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롱숏펀드 출시를 위해 트러스톤에서 김주형 주식운용본부장을 영입했다. 앞서 KB자산운용은 하나UBS자산운용에서 정병훈 주식운용본부 부장을 데려왔다. 헤지펀드를 운용하려면 본부장 외 최소 4명 이상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탄탄한 리서치능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따라서 스타매니저 영입만으로는 성과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헤지펀드 운용 경험이 없는 일반 주식형펀드 매니저가 롱숏펀드를 맡은 운용사도 수두룩하다. 롱숏펀드를 새로 출시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형 롱숏펀드의 경우 숏(공매도) 차입 비율이 제한돼 있어 꼭 헤지펀드 경험이 필요한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롱숏펀드와 일반 주식형펀드는 운용목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자칫 ‘무늬만’ 롱숏펀드가 될 수 있다.

한상수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은 “헤지펀드는 절대수익을 추구하고 일반 주식형펀드는 벤치마크를 이기는 게 목표”라며 “둘은 접근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롱숏펀드 매니저는 “지난해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좋지 않은 것은 롱(매수)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롱도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롱숏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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