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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더십> 돈의 비정함 아닌 사람 냄새로…금융을 ‘리디자인’ 하다
<9> 금융 CEO ‘제왕적 리더십은 가라’
금융업은 차갑다. 냉정하다. 수익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리더십으로 금융산업의 이런 이미지를 바꾸는 이들이 있다. 금융의 불모지 한국에서 금융그룹의 수장에 오른 이들. 그들의 남다른 DNA는 세상을 맑고 밝고 깨끗하게 만들고 있다. 기존 영웅적 리더십이 아니다. 답습도 아니다. 금융그룹 회장들의 크리더십(크리에이티브와 리더십의 합성어)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

행원에서 시작한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 그는 중소기업을 방문할 때 작업복을 입고 승합차에 오른다. 재래시장에 가면 상인들에게 다가가 허물없이 농담을 건넨다. 최근에는 청원경찰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다.

‘눈높이’ 리더십이다. 이 회장과 한번이라도 만난 사람들은 모두 그와 친하다고 느낀다. 이 회장은 “많이 웃고 욕도 잘하고 약간 모자란 것처럼 보이는 게 비결”이라고 한다. 누구를 만나든 90도 인사다. 상대의 눈높이에 스스로를 맞춘다.

직원들은 그를 ‘따거’(大哥ㆍ큰형님)라고 부른다. 이 회장의 쓴소리는 잔소리가 아닌 조언이 됐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최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발되면서 발목이 잡혔다. 이 회장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실패가 자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매일 국회 문턱이 닳도록 오가면서 정치권을 설득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

참 고단했다. 지난해 7월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은 끊임없이 비상사태에 부딪쳤다. 

수년에 걸쳐 한번 터질까 말까 하는 대형 악재가 임 회장 취임 이후 모두 세상에 드러났다. 수년간 곪았던 상처가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다. 어수선할 줄 알았던 회사 분위기가 오히려 차분하다. 임 회장 취임 후 노조위원장이 바뀌었는데도 노사 간 힘겨루기 양상보다 오히려 함께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인다. 파벌 싸움도 잠잠하다. 

그의 취임 일성은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 무작정 새로운 것을 하기보다 원래 잘했던 부문을 더 잘하자고 했다. 국민은행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였던 소매금융에 더 신경을 쓰는 이유도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또 회사를 믿고 돈을 맡긴 고객과 신뢰를 쌓는 것. 내부통제와 윤리경영을 위한 쇄신방안을 마련한 것도 ‘기본’을 중시하는 임 회장의 방침이다. 거창한 구호는 필요없었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창조는 경험이었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현직에서 잠시 떠났을 때 거래를 위해 은행을 찾았다. 당시 한 회장의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였다. 뱅커는 은행 상품만 열심히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은행에 한정되지 말고, 증권분야 서비스를 비슷하게 받으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한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만든 것은 지금의 PWM(개인자산관리) 체제. 은행과 증권사의 개인 서비스 분야를 묶어 하나의 조직을 만들었다.

기업 고객에도 같은 시각을 적용했다. 그 결과 은행의 CIB(상업투자은행)와 증권의 IB(투자은행)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조직인 CIB부문은 이렇게 탄생한다.

한 회장은 회장이 되면서 고객 입장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가장 먼저 끄집어냈다. 한 회장의 새로운 발상은 조직을 바꿨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공식 집무실은 없다. 영문 이름 이니셜의 ‘Joy Together(함께 즐깁시다)’ 사무실이 있을 뿐이다.

그는 영웅적 리더십을 거부한다. 조직을 창의적으로 이끌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같은 일도 즐겁고 신나게 하면 능률이 오르는 ‘펀(Fun)경영 전략’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소신도 갖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사장 시절 사내 장기자랑에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와 ‘마빡이 춤’을 춰 보수적 문화가 강한 금융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하나은행장 때, 새해 첫 출근날 회사 로비에서 반짝이 옷을 입고 유명 개그프로그램의 ‘감사합니다’ 동작을 따라하며 직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그는 어떻게 마음 먹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젊었을 때 깨달았다고 했다.

▶임종룡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이 아니었다면 보수적인 농협 조직에서 누가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도전했을까. 농협에서 임 회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금융권은 평가한다.

하지만 이후 터진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고비를 맞는다. 그래도 임 회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금융권에선 곧잘 던진다. 겸손의 리더십. 그는 관직에 있을 때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로 있을 때나 한결같이 ‘겸손’을 잃지 않는 인물로 꼽힌다.

“가진 게 없으니까 겸손해야죠.” 그의 말이다. 임 회장은 선임 당시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지만, 출근 후 첫 행보를 노조와 면담으로 잡으면서 허리를 굽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매일 현장을 챙긴다.

금융팀/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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