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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이태용> K-디자인, 공감에서 확산으로
이태용 한국디자인진흥원장

1907년 10월, 독일 뮌헨에 건축가와 디자이너, 공예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디자인 이론가 헤르만 무테지우스를 주축으로 건축가 피터 베렌스와 미스 반데로에 등이 포함된 이들은 독일 산업디자인의 질을 향상시키고 수출을 진흥시키고자 노력했다. 이것이 바우하우스 사상에 영향을 미치고 독일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독일공작연맹(German Werkbund)의 시작이었다.

이 운동은 뛰어난 예술과 공예를 바탕으로 표준화와 규격화를 통해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 언어를 정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혁신과 창조는 전혀 새로운 것에서부터 느닷없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정체성과 뿌리를 깨닫고 이를 바탕으로 치열한 연구와 노력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우리는 지켜봐왔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에게 K-디자인(Design), 즉 한국 디자인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을 때도 비슷한 맥락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한국의 전통과 장인정신이 지닌 인류학적 가치가 K-Design의 세계화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펼치고 있는 K-Design 사업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진흥원은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으로 K-Design 사업을 시작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K-Design이란 한국 특유의 디자인 정체성이 조화롭게 구현된, 국내외에서 기획, 생산되는 우수한 디자인을 뜻한다. 핵심은 단순히 전통문화의 형태적 답습이나 재해석이 아닌, 한국적 독창성과 세계적인 보편성을 함께 지닌 우리만의 디자인을 만들어 내자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고민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진흥원은 한국 디자인의 뿌리를 찾는 K-Design DNA 연구를 진행했다. 우리의 문화유산과 정신을 제대로 알아야 이를 디자인에 녹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학적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미는 여백이 살아있고 소박하고 절제되어 있으며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다. 철학적으로는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과 사람을 중요시하는 민본ㆍ애민사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 디자인전문가에게 K-Design이 세계 속에 그 위상을 확고히 구축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 묻고 논의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알렉산드로 멘디니 뿐 아니라 디자인계의 미래학자 존 타카라, ‘레드닷 어워드’의 CEO 피터 젝, 골드 스미스대학교 총장 패트릭 라우리 등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가들은 한국만의 정체성에 기반을 둔 스타일과 혁신적인 디자인을 찾아 발전시켜야 한다며 이미 한국은 그 잠재력을 인정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진흥원은 이런 연구와 논의를 바탕으로 K-Design 사업을 수립하고 전개해 나가고 있다. 앞으론 한국 디자인의 힘을 세계에 각인시키기 위해 미국, 아시아, 유럽 등에서 ‘K-Design 특별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디자인은 창조와 혁신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독창성의 근원은 우리의 가치와 혼이 담긴 문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것이 디지털 컴퓨터로는 대체할 수 없는 K-Design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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