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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격의료 반대’ 뒤엔 ‘수가인상’…의료공백 없었지만 불씨 여전
‘파업’ 초강수…핵심 쟁점 및 전망
집단휴진 참여율에 향후 의협행보 달려
정부 ‘으름장’에 중대형병원 전공의들 반발
인턴·레지던트 등 1만7000명 휴진 참여땐
24일 예정된 2차파업 힘 받을듯

의사들의 집단휴진이 결국 14년 만에 재현됐다. 원격의료, 의료영리화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연일 정부를 압박해오던 의사협회는 예고한 대로 1차로 하루지만 ‘국민을 인질로 삼는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집단휴진’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설상가상으로 초반에는 관망적인 자세를 보이던 중대형 병원 인턴과 레지던트들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회가 전체 1만7000여명 중 약 1만여명이 동참의사를 밝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의료대란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격의료 반대명분 이면에는 의료수가 인상이라는 현실적 불만 표출=정부는 보건소와 대학병원들의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해 당장 환자들의 의료서비스에 지장이 없도록 철저하게 대비를 한다고는 하지만 정부와 의협 ‘두 마주보는 폭주 기관차’의 벼랑끝 대치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의료비스의 공백은 물론 향후 걷잡을 수 없는 ‘의료대란’이 올 것은 자명한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아직 차분한 신촌세브란스…10일 오전 의료계가 파업을 강행한 가운데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상급 종합병원 중 유일하게 전공의가 파업에 참여한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평상시와 다름없이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의협은 집단휴진의 명분으로 원격의료 반대, 의료영리화 저지, 건강보험재정의 근본적인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원격진료’는 오진의 가능성 및 대형 병원의 쏠림현상을 부추겨 동네병원을 고사시킬 것이라는 의견이고 ‘자회사 설립을 통한 의료법인 투자 활성화 정책’은 ‘사무장 병원‘ 합법화와 ‘의료 영리화’를 촉발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앞선 두 가지 ‘대의적’인 명분보다 의협이 이처럼 강경한 투쟁까지 불사하는 이유는 ‘의료수가 인상’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의사들은 지금까지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비급여 진료로 부족분을 채워야 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내몰렸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의협은 “의사에게 싼값의 진료를 강요하고 환자에게 는 높은 비급여 진료비를 부담시키는 왜곡된 저부담·저보장·저수가제도에 대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협이 내세우는 원격진료나 영리 자회사 문제는 대형 종합병원과 지방 중소 병원, 동네 의원 사이에 이해타산이 엇갈리는 측면이 있다. 대형병원 측은 “이미 하고 있는 의료활동에서 좀 더 확장될 뿐”이라며 사실상 수용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원격진료가 활성화되면 지방 중소 병·의원들은 환자 감소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영리 자법인 허용 방침도 중대형 병원에는 경영수익을 더 올릴 수 있는 기회이다. 경영난을 겪는 지방 병원들에 수익 창출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이를 환영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의협이 지금처럼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수가인상과 연계시킬 경우 정부와의 협상은 출구가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원격진료는 노약자와 장애인,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수혜를 받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 의료영리화 역시 의사단체와의 향후 긴밀한 이해조정을 통해 국민의 건강을 중심에 놓고 충분히 논의해 신중히 추진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공의들 가세로 의료공백 현실화되나=이번 파업의 경우 집단휴진의 실제 참여율이 어느 정도일지에 따라 향후 의협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주만 해도 파업돌입을 묻는 의협의 긴급 설문조사 시 찬성률이 예상보다 높았지만 그것이 실제 집단휴진의 참여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의협 내부 각 집단의 명분과 실리, 속내가 제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집단휴진 강행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업무명령개시에 불응할 시 의사면허 취소까지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당장 전국 70여개 중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적극 참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의협이 배수진을 치고 강경모드를 이어가는 것도 바로 전공의들의 동참과 이로 인한 의료공백의 ‘폭발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전공의들이 이번 파업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것은 향후 자신들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의 표출일 수 있다. 송명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세브란스병원, 건국대, 인제대 서울백병원, 일산백병원, 한림대 계열, 중앙대, 경희대, 고려대, 을지대병원 등이 찬성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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