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 박수진> 주총 ‘전자투표제’ 정부가 나서야
오는 14일은 연인들에겐 가슴 설레는 화이트데이지만 일부 주주들에게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날이다. 삼성, LG 등 대형 상장사 95개사 등 총 116개 회사가 동시에 주주총회(주총)를 연다. 주총이 한날한시에 몰리면서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의결권 행사 기회가 박탈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동시 주총’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3월 주총 시즌의 단골 주제다. 그래서 정부는 주주가 온라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를 2010년 도입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상장업체) 중 도입한 곳은 전무하다. 기업들은 전자투표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효율적인 의사 결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중투표, 악의적 루머 등의 부작용과 특정 세력화도 염려되는 부분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전자투표제의 부작용은 과거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 대리투표 사건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소액주주의 의결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의사결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의 담보도 필요하다.

소액 주주의 경우 경영 참여보다는 투자 수익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전자투표제가 주총 참여율을 담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게다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직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실 전자투표제는 주총뿐 아니라 공직선거에서도 도입이 필요하다. 만약 정부 차원에서 효율성과 투명성이 담보된 전자투표 시스템을 만든다면 기업들의 주총에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주총도 상법에 따른 법적 행위이니만큼 국가가 나서 인프라를 구축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국가가 제대로 된 인프라를 만들어 제공한다면 기업들이 이를 거부할 명분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 전자투표제가 실시될 수만 있다면, 또 다른 주총 단골메뉴인 ‘거수기’ 사외이사 문제도 해결이 쉬울 수 있다.

주주들의 감시와 견제가 본격화된다면 대주주와 경영진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거수기’들을 이사회에 꽂기도 어려워질 게 뻔하다.

박수진 산업부 sjp10@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