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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상한 ‘규제개혁’ 말 뿐인 ‘국민소통’
홍길용 기자의 貨殖列傳

요즘은 잠시 주춤하지만 한때 TV에 3D 열풍이 불었다. 인간의 눈은 3차원을 인식하는데, 20세기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일반 디스플레이는 2차원으로밖에 영상을 전달하지 못했다. 요즘은 3D보다는 곡면화(curved)된 TV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의 눈을 따라잡기 위한 IT업계의 노력이 참 치열하다.

그런데 우리 세계는 3차원을 넘어서는 4차원으로 이뤄져 있다. 4차원이란 점ㆍ선ㆍ면이라는 3차원에 시간을 더한 개념이다. 따라서 제대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4차원적 사고, 즉 시간 개념이 중요하다.

사실 그동안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자본 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평가가 가장 많았다. 1차원적 인지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민연금의 주요 기업 지분율이 높아지고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기업들의 경영 자율성을 훼손시킨다는 우려가 커졌다. 2차원적 해석이다. 그래도 국민연금이든, 기업이든 모두 경영이 잘되길 바란다는 3차원적 공감이 아직 크다.

문제는 4차원, 즉 시간이다. 2060년, 이르면 2053년에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2030년이면 연금 수지가 적자가 되고, 2040년부터는 적립액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금 수지 적자란, 걷히는 보험료보다 지급할 보험금이 많은 상황이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면 자산을 팔아 돈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채권을 내다 팔거나 주식을 내다 팔 때가 도래한다는 뜻이다. 인구노령화 속도와 성장률 추이를 감안할 때 이 같은 현상은 어쩌다 한두 해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채권 시장과 주식 시장에서 가장 큰손이다. 이들이 채권을 팔면 금리는 오르고, 주식을 팔면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주식ㆍ채권뿐 아니라 대체자산(AI)으로 투자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하지만 아무리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도 적자 전환이나 고갈 시점이 되면 국내 채권과 주식을 팔지 않을 수 없다.

벌써부터 1000조원의 가계빚을 안고 있는 가계가 이 물량을 받아낼까? 그렇다고 냉정한 외국인들에게 안전판이 돼 달라고 매달릴 수도 없다. 기댈 곳은 기업들뿐이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게 하려면 눈앞의 이익보다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미래 투자에 주주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기업에 투자한 국민연금 수익률이 높아지고, 적자 전환이나 고갈 시기도 늦춰질 수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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