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지난 1888년 8월부터 11월까지 영국 런던 화이트 채플에서 벌어졌으나 미궁에 빠진 연쇄 살인 사건에 착안했다.
이야기는 아침 훈련을 하던 마라토너가 몸속의 장기가 깨끗이 제거된 한 여성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이 사건은 대범하게도 경찰서 바로 앞에서 일어났지만 목격자와 증거물을 못 찾고 수사는 난항을 겪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 날 TV를 통해 자신을 ‘살인마 잭’이라 칭하는 자가 범행 성명문을 발표하며, 평범했던 살인사건은 대중을 충격과 공포로 떨게 하는 엽기적인 살인 사건으로 발전한다. 그 뒤 ‘잭’의 두 번째 살인이 일어나고, 그는 자신이 죽인 두 여자는 살아갈 자격이 없었다는 내용의 두 번째 범행 성명문을 공개한다. 마치 심판자를 자처하는 듯 한 ‘잭’의 성명에 대중은 공포에 휩싸이지만, 일부는 그에게 덧씌워진 왜곡된 정의에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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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당시 런던을 공포로 몰아넣은 희대의 살인마를 되살려 현대의 도쿄에 풀어 놓고 생명 윤리를 뒷전으로 하는 의학, 자본의 논리에만 빠진 언론, 마녀사냥을 즐기는 여론 등 우리 사회 안에서 독버섯처럼 자리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들춰낸다. 또한 이 작품은 ‘잭’의 목적을 알 수 없는 연쇄 살인에 전염병처럼 퍼져 나가는 공포와 불안, 운명에 저항할 수 없는 인간 태생적 나약함, 익명과 집단 뒤에 숨은 현대인의 비겁함을 촘촘하게 그려내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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