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과학기술인, 인문학적 소양 길러라”…한 과학자의 일침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우리 사회는 과학을 ‘경제 발전의 도구’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 치중한 결과이다. 과학은 ‘하늘은 왜 파랄까’ 처럼 삶의 근원적인 질문에 합리적인 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문화이다. 과학자도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라.”

과학기술인들이 놀랄만한 이 강연을 한 전문가는 바로 과학기술인이었다. 오세정<사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8일 안국동 안국빌딩 신관 W스테이지에서 진행된 ‘문화의 안과 밖’ 7회차 강연이자 2섹션 ‘공적 영역의 구성(좌장: 김상환 서울대 교수)’을 시작하는 첫 강연에서 ‘과학과 문화-문화에 있어서의 과학의 위상’을 주제로 열강했다.

오 교수는 “우리 사회는 과학적 지식과 과학적 사고방식이 취약한데다, ‘과학은 경제 발전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하며, “과학자들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올바른 과학적 지식과 과학적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오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과학기술’은 ‘과학과 기술’이 아니라 ‘과학지식을 이용한 기술’처럼 오해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의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과학지식의 획득을 목표로 하는 ‘기초연구’가 아니라,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응용연구’와 ‘개발연구’에 치중돼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산업의 도구로 잘못 자리메김됐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낮과 밤은 왜 생길까’, ‘하늘이 파란 이유는 무엇일까’,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와 같은 궁금증을 계속 가지고 산다”면서, “과학은 이처럼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삶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답을 추구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 기본 출발과 목적이 문학이나 예술, 종교와 다르지 않으며, 과학 역시 지극히 문화적인 활동의 하나”라는 것이 오 교수의 인식이다.

오 교수는 ‘원자력 발전’이나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같은 이슈의 경우, 과학기술적 분석만으로 해답을 얻을 수 없으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만 해결되는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합의와 결정의 주체인 국민이 사안의 과학적 본질을 이해할 수 있어야만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학생들에게는 문과와 이과에 관계없이 올바른 과학정신에 대해 교육해야 하며, 구체적인 과학지식을 많이 가르치기보다는 과학지식이 객관적으로 얻어지는 과정과 그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과학자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그는 “과학이 점점 발전해감에 따라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들에 부딪힐 것이고,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윤리학이나 철학과 같은 인문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면서 “이를테면, 유전자조작, 줄기세포연구때 생명의 존엄성,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지식과 사유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과학은 ‘내가 믿고 싶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존재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학문”이라면서 과학이 그 근원에서 문화, 예술, 종교, 철학과 결코 무관치 않음을 역설했다.

‘문화의 안과 밖’은 대한민국 대표적 지성들의 학문적 성찰을 대중과 공유하고자 하는 문화과학 릴레이 강연 프로젝트로, 네이버문화재단과 민음사, 월드컬쳐오픈 코리아가 후원하며 50여명의 석학과 전문가가 강연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마당이다.

/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