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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가 임대차 환경 한국이 ‘최악’

日, 부모건물 자녀 영업 원해도
세입자가 거부하면 불가능
英 · 佛 임대료인상범위 법제화
한국은 사실상 ‘권리금 백화점’
세입자 · 주인 공생분위기 싹터야


한국에선 장사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상가 건물주의 횡포가 무섭기 때문이다. 마음 놓고 장사하기 어렵다. 엄청난 권리금을 허공으로 날리기 일쑤다. 법적인 보호 장치도 허점투성이다. 선진국에 비해선 더욱 그렇다. 최악이다.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25일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상가권리금 보호 대책이 포함되면서 이와 관련한 법제화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본지가 임차인 보호, 임대인 권리, 임대 기간 등을 기준으로 국내 임대차 환경을 선진국과 비교한 결과, 한국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일본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시각이 많다. 일본에서도 권리금이 있지만 성격이 우리와는 다르다. 권리금을 건물주에 준다. 이는 주로 해당 점포 입지에서 향후 발생할 이익을 염두에 둔 것이다. 즉 임대료 상승분을 선불로 내는 형태다. 물론 세입자 간 권리금도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대신 세입자는 장기 임차를 법으로 보장받는다. 1991년 제정된 일본의 관련법엔‘ 기간을 정하지 않는 임대차 계약’을 명시했다. 건물주가 계약 갱신을 거절하거나 해약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필요하다. 우리도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땐 정당 사유가 있어야 하지만, 일본 법이 훨씬 엄격하다.
 

한국과 해외 주요국에 비해 상가주인 및 세입자 모두 대체로 만족할 환경을 형성한 나라는 일본인 것으로 분석됐다. 주인의 임대료 상승 욕구와 세입자의 장기 사용 요구를 같이 충족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사진은 일본 도쿄의 한 상점가.

조성찬 토지+자유연구소 토지 주택센터장은“ 건물주의 자녀가 부모 소유 점포에서 장사하려고 해도 먼저 세든 사람이 거절하고 임차권을 유지토록 한 판례가 있을 정도”라며“ 결국 권리금으로 주인은 임대료 상승 욕구를 충족하고, 세입자는 점포의 장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영국ㆍ프랑스 등 유럽 임대차 환경은 세입자에 더 유리하다. 임대료는 일정 범위에서만 인상할 수 있다. 유럽에도 권리금과 비슷한 게 법제화되어 있다. 영국은 입점계약 시 임차료에 단골고객ㆍ투자 시설의 가치를 고려한 금액을 더해 지불한다. 프랑스도 고객과 거래처라는 무형 이익에 대해 영업소유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낸다.

유럽에선 상가 계약 땐 일반적으로 변호사가 나선다. 변호사는 해당 점포의 납세실적을 바탕으로 영업가치를 판단한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영국에선 세금을 많이 낸 점포라면 영업이 잘 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가치가 오르고, 납세액이 적다면 점포값은 떨어진다”며“ 주먹구구식 권리금에 의존하는 한국에 비해 거래가 투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건물(점포) 임차기간도 긴 편이다. 영국은 최소 7년, 프랑스는 10년에서 최장 30년까지 임차를 보장한다. 


미국에선 권리금을‘ 키 머니(key money)’라고 부른다. 원칙상 불법이다. 갓 이민온 사람에게 비싼 키 머니를 붙여 가게를 빌려주고 달아나 이를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낭패를 겪는 소식이 지역언론에도 자주 보도된다. 하지만 한국처럼 주인까지 권리금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해당점포의 월평균 매출과 마진율 등을 곱해 매장금액을 정한다. 장 이사는 “(미국에선) 상가 주인이 이 매장금액과 1~2개월치 월세를 보증금 형태로 받는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이와 비교해 한국은 사실상‘ 권리금의 백화점’이다. 영업권리금(장사가 잘되는 가게를 넘길 때 주고받는 돈), 시설권리금(시설 투자비), 바닥권리금(입점상가의 지리적 가치), 기타권리금(노점상, 찜질방, 구내매점 등의 이용권리금) 등 수도 없이 많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향후 법제화 과정에서 권리금의 구분이 모호할 경우 네 종류 권리금을 모두 합쳐 세입자가‘ 무조건’ 부담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장 이사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표준계약서에 이 같은 권리금의 성격을 명확히 나눌 필요가 있다”며“ 궁극적으론 이를 통해 세입자와 주인이 공생하는 분위기가 싹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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