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크엔드] 매일밤 도서관 불 밝히던 칼슨, 세계 최초로 복사기를 만들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이런 시대에 있어서 모든 것은 새로우면서도 친숙하며 또 모험으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결국은 자신이 소유로 되는 것이다.”

군사독재의 시대 출구 잃고 헤매던 80년대, 우리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루카치의 ‘소설이론’ 첫 문장입니다. 언제 읽어도 가슴이 뛰고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이제 별빛은 없습니다. 별빛을 대신할 뭔가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저는 그 별빛을 내 집 옆 도서관에서 봅니다. 그곳은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서처럼 웃음을 서술한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2편을 감추기 위한 밀폐된 장소가 아니라, 신의 웃음을 공개하는 장소입니다.


금기가 없는 곳이고 새로운 창조의 뇌 회로가 수많은 가지를 치는 곳입니다. 뇌 근육을 강화하는 피트니스클럽이자, 상상력 발전소입니다. 새로운 지식으로 즐겁게 감전되는 곳입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보는 곳이 아닌 생활 속의 한 페이지입니다.

대학을 꿈꾸는 재학생, 재수생들에게는 꿈을 가져다 줄 소중한 메신저입니다. 미래를 위해 잠시 고통과 교감하는 곳입니다. 도서관은 독서지도, 역사특강 등 푸짐한 메뉴를 준비해 놓고 지역 학생, 주민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문화를 녹여내기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에겐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곳입니다. 책속의 활자를 해치며, 자녀의 심성에 미더운 활자의 마법을 아로 새기는 소중한 곳입니다. 또 엄마 자신에게는 경력단절의 간극을 최소화시키는 압축적 공간입니다.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숨겨진 능력에 대해 미소 짓게 하는 적분의 공간입니다. 


기나긴 사회봉사를 끝내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서관은 활자와 활자 사이를 유영하며 새 인생을 준비하는 곳입니다. 명예퇴직을 한 분들도 거리낌 없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입니다.

서울 송파도서관과 동두천시립도서관은 ‘아동책 읽어주기 전문과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65세 노인들이 약 36시간의 교육을 받으면 소외아동센터의 어린이나 복지관의 치매 노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젝트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4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도서관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입니다.

이 밖에도 다문화가정을 위한 도서관, 문화자료 중심 도서관, 출판사나 기업이 운영하는 전문 도서관, 한옥도서관, 아동전문 도서관 등 그 특징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넓습니다.


요즘 사물 인터넷이 화제의 중심입니다. 화장실이나 냉장고 등을 인터넷에 연결시켜 놓으면 휴지가 언제 떨어졌는지, 냉장고에 무슨 식품이 부족하고, 어떤 식품이 유효기간이 지났는지를 바로 알 수 있지요. 참으로 편리한 세상입니다.

저는 이 사물인터넷에서 더 나아가 도서관을 인터넷에 연결시켜 놓으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펼쳐봅니다. 그러면 도서관 이용자들의 건강과 학업성취도, 그리고 삶의 만족도 등을 인터넷에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또 이런 뉴스를 상상해봅니다.

# 급속한 고령화시대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가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매일 아침 동네 공원에서 10분 이상 운동하는 노인과, 지역도서관에서 하루 2시간 이상 책을 읽는 노인에게 매일 5000원씩 지급키로 했다.

# 건보공단은 최근 65~85세 노인 1만명을 대상으로 치매, 삶의 만족도, 부부성생활, 자녀와 관계, 대인관계 등 10개 항목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도서관에서 하루 2시간 이상 책을 읽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100분의 1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로 인한 건보재정의 부담 감소는 매년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가상뉴스이지만 생각만 해도 아드레날린이 팍팍 분비됩니다. 


요즘 1970년, 1980년도 압축성장기에 자식 돌 볼 틈도 없이 수출역군으로 젊은 시절을 바친 베이비부머세대들이 속속 은퇴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금 친자식을 돌보지 못한 아쉬움을 손자, 손녀를 통해 달래고 있다고 합니다. 소위 ‘하빠’라고 불리는 이들은 영어, 제2외국어, 글쓰기는 물론 인성교육까지 책임지고 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이분들도 또 다른 인간문화재 도서관인 셈이지요.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도서관을 만나니 코끝이 찡해 옵니다.

사물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념들의 다발이라고 합니다. 대상은 우리가 의식할 때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김능옥 기자/ kn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