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꽃놀이패 손에 든 푸틴…크림반도 운명은?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오는 16일(현지시간) 주민투표에서 러시아 귀속에 대한 찬반 투표가 통과될 경우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가 1991년 옛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한 지 23년 만에 다시 러시아 연방에 편입되게 된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실제로 복속시킬 지는 미지수지만, 크림반도 무력 침공으로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는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꽃놀이패’ 손에 든 푸틴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서 크림을 ‘원격 조정’하는 모양새다.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가 6일(현지시간) 러시아와의 합병안을 채택한 데 대해 러시아와의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서방 언론은 의심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모든 패를 한 손에 쥔 격”이라고 논평했고 AP 통신은 크림 의회의 극적인 움직임 배후에 푸틴 대통령의 손이 있음은 거의 확실하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러시아가 조종한 크림 의회’라는 표현을 썼다.

이틀 전인 지난 4일 푸틴 대통령은 서부ㆍ중부 군관구의 비상 군사훈련을 마무리하고 원대복귀를 명령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당장 우크라이나로 군대를 파견할 필요성은 없다”고 말했다. 세계 언론은 대부분 푸틴 대통령이 서방 측의 제재와 경제 위기 우려에 압박을 느껴 한발 물러섰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이 표면적으로 한발 빼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불과 이틀만에 이번엔 크림 의회가 전격적으로 러시아 귀속 절차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이 크림 의회를 원격 조정하면서 크림 합병과 관련해 선제적 조치를 하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언론이 경제 및 외교적 제재를 외치며 뒷북을 치는 모양새다.

푸틴 대통령은 한결 느긋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 의회의 결의와 관련한 보고를 받고 즉각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관련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크림 합병 건에 대해 러시아는 겉으론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오는 16일 예정된 공화국의 주민 투표 결과를 지켜본 뒤에 본격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러시아 하원은 일부 의원들이 제출한 외국 영토 병합 절차 간소화 법안을 내주 심의하기로 했다. 하원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권 국가모임) 문제 담당 위원회 위원장 레오니트 슬루츠키는 “이(합병) 문제의 결정은 (일차적으로) 러시아 지도부의 권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상원은 서둘러 크림의 러시아 합병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입장을 밝혔다. 상원 우크라이나 상황 감시위원회 위원 발레리 슈냐킨은 “아직 주민투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서방을 비롯한 관련국들을 당황하게 만들 필요는없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 공화국 합병을 추후 서방권의 반응을 봐가면서 진행할 공산이 크다. 현 단계에서 즉각적 합병은 서방권을 자극,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 위험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보단 오히려 우크라이나 영토 통일성 존중을 내세워 크림 공화국의 자치권을 그대로 두고, 향후 서방권과 우크라이나 정부와의 ‘협상카드’로 이용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영욕의 크림반도= 크림반도는 넓이가 2만5600㎢로 강원도(2만569㎢)와 비슷하다. 19세기 중반에는 러시아 제국의 남하 정책에 맞서 오스만 제국ㆍ영국ㆍ프랑스 등 연합이 맞붙은 전장지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화약고 크림은 한때 ‘흐루쇼프의 선물’로도 불리웠다. 우크라이나의 정치 세력을 등에 엎고 최고위까지 오른 니키타 흐루쇼프는 1953년 서기장에 취임한 뒤 이듬해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 지시로, 러시아 공화국에 속했던 크림을 우크라이나 공화국에 넘겼다. 크림 지역의 제정 러시아 복속 300주년을 기념한 친선의 표시였다. 이후 크림은 지역 의회가 임명한 총리가 국정을 이끄는 자치공화국 지위를 유지해 왔다.

크림 주민 가운데 러시아계가 60%에 가깝고,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등 문화는 수도 키예프가 속한 우크라이나 서부 보단 이웃 러시아 편에 가까웠다. 때문에 지난달 말 러시아군은 주민의 어떠한 동요도 없이 크림에 무혈입성 할 수 있었다. 친러 성향의 집권층이 많아, 친러계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키예프에서 피신해 러시아로 밀항을 시도했던 곳이기도 하다.

흑해와 맞닿은 크림은 러시아의 동진(東進)시 먼저 점령해야하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남부 항구도시인 세바스토폴에 230년간 자국 함대를 주둔시켜왔다.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항을 2024년까지 장기 조차해 자국 흑해함대 주둔 기지로 쓰고 있다.

크림은 터키 북부를 마주하고 있고 지중해와 이어져 중동, 발칸반도 지역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유리한 위치에 있다.

크림에선 친러가 득세하고 있지만 오는 16일 러시아와의 합병안 주민투표 실시 이후 반러 세력의 반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반러 감정이 큰 우크라이나계(24%)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구소련 시절 피박을 받았던 타타르계(12%)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서방을 엎고 무장 투쟁에 나설 수도 있다. 미국 럿거스대의 알렉산더 모틀은 최근 미국 외교협회(CFR) 강연에서 “타타르계주민은 러시아와의 합병에 죽음을 무릅쓰고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은 우크라이나가 방공망 등 국방력이 탄탄한데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견제가 강해 러시아가 2008년 조지아 때처럼 과감히 크림반도에 개입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yg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