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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매 과열주의보…감정가 넘는 아파트 ‘고가낙찰’ 속출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 지난 6일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1계. 구로구 개봉동 현대아파트 85㎡형(이하 전용면적)이 경매에 나왔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 평형이이서 응찰자들이 많이 몰렸다. 감정가 3억4500만원인 이 아파트는 이미 1차례 유찰돼 최저 입찰 가능가가 2억7600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경매를 시작하자 응찰자는 22명까지 몰렸다. 눈치작전 끝에 3억4870만원에 입찰한 김모씨가 주인이 됐다. 2위 입찰가(3억4578만원)와는 불과 300여만원밖에 차이나지 않는 치열한 접전이었다. 낙찰가율(감정가대비 낙찰가비율)은 감정가를 뛰어넘는 101.07%까지 치솟았다.

주택시장 회복세가 본격화하면서 경매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매매시장 보다 조금이라도 더 싸게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치솟고 있다. 

7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일주일간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87.60%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80.22%) 낙찰가율이 80%를 돌파한 이후 상승세가 가파르다.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도 10월(82.07%) 이후 80% 돌파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경매시장에서 낙찰가율이 80% 이상이면 활기를 띠는 것으로 본다”며 “최근 아파트 경매 물건은 줄어든 반면, 응찰자들은 더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2월 평균 전국 아파트 입찰경쟁률은 8.01대1로 이 회사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8대1을 넘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타고 감정가보다 오히려 더 비싸게 낙찰되는 ‘고가낙찰’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경매에 부쳐진 용산구 한남동 효성빌리지 85㎡형은 감정가(7억5000만원)보다 높은 7억5010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에선 종로구 숭인동 종로센트레빌 60㎡형이 감정가와 같은 3억9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박미옥 법무법인 메리트 경매본부장은 “낙찰가율 100% 이상인 아파트는 대부분 경매에 처음 나온 ‘신건’인 경우가 많다”며 “감정평가사들이 매매시장에서 적정 가격을 판단한 ‘감정가’보다 더 높게 낙찰 받아도 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신건 낙찰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에 따라 신건 낙찰도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들어 지난달 6일 부천 원미구 상동 동양파라곤 96㎡형이 처음 경매에 나와 감정가(3억5000만원)의 100.8%인 3억5289만원에 팔렸다. 같은 달 18일엔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 삼원아파트 53㎡형이 역시 첫 경매에서 감정가와 같은 1억50만원에 낙찰됐다.

최근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대구 같은 지역에선 낙찰가율이 110%를 넘은 물건도 나온다. 지난달 5일 대구지방법원 경매8계에서 주인을 찾은 중구 포정동 포정주상복합 92.3㎡형은 경매에 나온 첫날 감정가(8억원)보다 1억원 이상 높은 9억3379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은 무려 116.7%나 됐다.

이렇게 고가낙찰이 속출할 때는 주의해야 할 게 많다. 자칫 시중 매매가보다 비싸게 낙찰 받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경매1계에서 경매를 진행한 분당구 정자동 성원상떼뷰 전용 144.56㎡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아파트는 감정가(7억7000만원) 보다 조금 비싼 7억7705만원에 낙찰됐다. 그런데 이 아파트 주변 현장 중개업소엔 7억7000만원에도 매물이 나와 있다. 매매시장에서 경매보다 더 싸게 살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경매는 일반 매매시장보다 더 싸게 사는 게 목적인만큼 분위기에 편승한 무리한 입찰은 삼가는 게 좋다”며 ”최근 매매시장 변화가 빠른 만큼 원하는 아파트의 급매물 및 거래 동향을 수시로 확인하고 입찰가를 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일한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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