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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용동 대기자의 파워 인터뷰> 한만희 원장 “도시 수출이야말로 한국 건설의 미래다”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 한만희 전 국토부 차관

건설ㆍ부동산업계는 물론 엔지니어링, 설계업계, 심지어 관련 학계, 연구업계까지 전방위로 몸살을 겪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극심한 일감부족으로 고사 위기에 몰린 탓이다. 장기 내수 불황과 해외건설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경영부실이 심각한 수준이다. 우선 앉아서 일감을 기다리는 전근대적 천수답 경영방식을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경제발전의 원동력 역할을 해온 과거 경험과 업적을 토대로 새로운 업역의 개척과 일감수행,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

한만희 전 국토부 차관의 역발상적 학계 진출과 역할 선언은 이런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의 풍부한 건설, 부동산 경험을 도시라는 복합유기체에 담아 개발도상국에 수출하자는 것이다. 각국의 개발도상국에서 파견된 공무원에게 이를 전파시키고 우리가 멘토가 되어 관련 지원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패키지 수출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의 수장을 맡아 건설부동산업의 융복합 창조경제를 리딩하는 그를 만나봤다.

한만희 원장은 “우리의 최대 강점인 주택, 도시, 토지, 인프라의 개발 및 건설경험을 패키지로 수출하는 것이야말로 융복합 창조경제의 실현이자 어려운 건설ㆍ부동산업계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국제도시과학대학원의 설립배경과 교육내용은.

▶서울시립대학교는 서울시가 주인인 만큼 도시 관련 학문이 전통적으로 강합니다. 도시 관련 학부과정은 물론 도시과학대학원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2012년 문을 연 국제도시과학대학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서울형 공적개발 사업취지로 세워진 특수전문대학원입니다. 서울시와 자매ㆍ우호교류를 맺고 있는 각국 도시의 관련 공무원을 초청해 한국식 도시모델교육을 전파하는 게 주목적이었죠. 여기에 석사과정을 설치하고 해외인력도 각국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확대, 도시행정 및 계획학과(MUAP) 등에서 교육을 받도록 확대 개편했습니다.

내국인 과정은 해외건설사업의 성공사례 및 이론실무를 교육하는 글로벌 건설경영학과와 개도국의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첨단녹색도시개발학과로 짜여져 있습니다. 우리의 도시개발, 관련정보를 전수하는 게 핵심 교육내용입니다. 한국의 도시문화 수출전진기지인 셈이죠.

-도시 수출에 대한 개도국의 인식과 호응은.

▶연간 해외수주 1000억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우리의 건설수준은 세계에서도 알아줄 정도입니다. 국내적으로도 전후 50년 만에 도시 인프라 수준을 이정도로 구축한 국가는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죠. 도시ㆍ건설ㆍ인프라 부문은 우리의 최고 강점이자 최대의 자산입니다. 토지수용, 청약제도 등 제도 노하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국제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주패턴이 달라지면서 국내 건설ㆍ부동산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제 외국에 직접 나가 수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봅니다. 우리의 인프라 건설경험을 비롯해 신도시 건설, 도시 재생 등을 직접 체험토록 하고 여기에 각국의 문화를 접목하는 기술까지 교육시켜 패키지로 도시를 수출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최적의 원스톱 솔루션이 제공된다는 차원에서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호응이 매우 높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자료와 정보제공, 교육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외국 교육생 현황과 향후 계획은.

▶각국 도시에서 파견된 39명의 외국 인력이 현재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태국을 비롯해 미안마,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 중국, 대만, 이집트,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폴란드 등 국가도 아주 다양합니다. 이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도시개발 경험이 풍부한 토지주택공사(LH), 개발 데이터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국토연구원 등이 참여하기로 협약 체결을 마친 상태입니다.

올 가을 현지 대사관을 통해 19명의 중앙공무원을 받아들일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도시단위에서 국가 간 교류로 격상되고 새로운 리더를 확보하게 됩니다. 개도국은 건설노하우를 배우고 우리는 개발경험을 패키지로 제공, 상호 협력하는 국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셈이죠.

-실제 교육과정과 시스템 운용은.

▶한국국제협력단에서 보건복지 경제 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외국인력 양성교육을 실시해오던 것을 우리가 강점인 인프라 부문 위주로 선발, 전문교육을 실시하게 됩니다. 단순히 공학분야 뿐만 아니라 역사ㆍ문화 등 인문학까지도 교육시켜 도시문화개발수출의 전진기지를 만들 계획입니다. 예컨대 외국 교육생의 논문까지도 해당국가에 필요한 인프라에 관한 것을 쓰도록 하고 이를 지원할 범지원팀을 구성해 서로 끈끈한 관계를 맺도록 할 것입니다.
추후 해당국가에 돌아가서 필요한 자료와 인력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도록 멘토단을 구성하는 것이죠. 갈등조정방법 등 우리의 다양한 경험을 수출, 협력하는 시스템으로 운용할 계획입니다. 졸업생을 엮어줄 뉴스레터 발간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가 개발 초기 외국에서 공부한 경험과 인력이 필요했듯이 한국에서의 교육이 기억에 남도록 기숙사 등 모든 시설을 지원하고 문화갈등과 고충까지도 해결할 나갈 생각입니다.

-글로벌 네트워크 구성 방안은.

▶우리의 도시수출을 위해서는 세계 지역별 네크워크 연결이 절대 필요합니다. 교수영입을 적극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예컨대 국제적 주요 토목 관련 프로젝트는 국제적으로 주도권을 가진 건설산업원(CII)과의 교류에서 안배된다고 봐야 합니다. 벡텔 등 글로벌 유명건설사와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소위 텍사스네트워크와 연계가 중요한 셈이죠. 미국 인맥이 강한 강영철 교수(토목 CM전공)를 비롯해 타당성 조사업무에 능통한 KDI의 박현 교수, 유럽인맥에 도시교통에 정통한 이신 교수(영국)를 영입, 국제네트워크를 우선 형성했습니다. 이들은 교육뿐만 아니라 지역전문가로서 역할까지 수행, 국내학계와 업계, 정부 간의 가교를 맡게 될 것입니다.

-도시개발경험의 수출 전략은.

▶대한민국이 인프라의 중심지라는 인식을 외국인에게 강하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이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점하는 전략이 절대 필요합니다. 국가와 건설산업을 위한 마지막 사명을 받았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건설업계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건설산업이 부정적으로 매도되는 데 항상 안타까웠습니다. 외곽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여주는 지원체제를 만들어 자부심을 갖도록 지원하고 조정하는 게 필요하죠. 새로운 동력을 얻고 이를 토대로 해외로 뻗어나가는 가이드 역할수행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건설의 융복합이 바로 최적 창조경제입니다.

-서울시립대학교와 인연은.

▶퇴직하면 학교로 가서 후배양성에 힘쓰겠다고 평소 생각했죠. 전 정부에서 차관까지 지낸 사람이 이력서 들고 기웃거리는 게 모양도 좋지 않고요. 모교인 연세대 특임교수로 발령이 나서 재직하던 중 지난해 8월 지인을 통해 시립대에서 요청이 왔습니다.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던 부분이고 실제로 국토부 재직 시 1기 신도시 등 도시 및 주택ㆍ건설산업 선진화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만큼 그동안 원하던 바를 실현할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학교 내외부의 협조를 받아 수강생 모집체계를 구축하고 이들을 수용할 기숙사와 식당 등을 확보했으니 이제 국가와 건설산업을 위해 진력할 일만 남았습니다. 정부와 학교, 공공 부문의 노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건설업계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대 필요합니다.

-요즘 부동산 정책과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

▶2010~2012년 너무 불황이 깊었습니다. 다행히 정부가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친 결과 살아나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아직도 앞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적절하게 단계적으로 풀었다고 생각되나 아직도 금융쪽은 아쉬움이 많습니다. 1차원적 담보대출에 매달리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고수익성도 아울러 찾아줘야 부동산 산업이 살아나고 이게 경제를 돌리는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부동산에서 자금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길을 찾아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ch100@heraldcorp.com


한만희 원장

▶1956년 충남 청양 출생

▶74년 대전고, 78년 연세대 졸업

▶79년 23회 행시 합격(건설부 근무)

▶92년 영국 버밍대 박사(도시 및 지역계획)

▶2003년 국토해양부 토지ㆍ주택정책과장, 건설경제과장

▶2011년 국토정책국장, 주택토지실장, 행복도시건설청장

▶2013년 국토해양부 1차관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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