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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짝’ 비극 방송 제작환경 전면 점검 계기돼야
리얼리티 프로그램 SBS ‘짝’ 여성 출연자가 촬영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건으로 방송가는 물론 사회 전반이 큰 충격에 빠졌다. 경찰은 고인의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현장에서 발견됐고, 외상이 없는 점으로 보아 일단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이 여성의 자살이 프로그램 제작과 직접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수사 중이라 알 수 없다. 하지만 과거 출연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촬영 도중 적지 않은 심리적 압박과 고통에 시달렸을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숨진 출연자가 “방송이 나가면 한국에서 살 수 없다”고 친구에게 털어놓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수사 과정에서 철저히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전성시대라 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잘 짜인 각본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일반 프로그램에 비해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돌발성 해프닝이 재미와 볼거리를 더하기 때문이다. 대개는 방송ㆍ연예인 등이 군부대, 농어촌, 오지 등을 체험하거나, 국내외를 여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짝’처럼 아예 일반인이나 어린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방송사들이 이런 부류의 프로그램들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것은 시청률이 좋아서다. 하지만 그 이면의 부작용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짝’의 경우만 해도 외모지상주의 논란, 특정 업체 및 개인 홍보성 출연 등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출연자들의 과거사 공개 등 인터넷을 통한 이른바 ‘신상털기’도 있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제작과정에서 출연자들의 모욕감을 느끼는 등 인권 침해적 요소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예측불가한 상황이 많을수록 시청자 반응이 뜨겁다. 누구보다 이런 생리를 잘 아는 제작진은 더 자극적인 돌발 상황 유도에 집착하게 마련이다. 바로 여기에 인권침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출연자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제작진의 의도에 따라 임의 편집하는 바람에 난처한 입장에 몰리는 경우도 숱하다고 한다.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걸러낼 장치는 전혀 없다.

이번 사건도 따지고 보면 시청률 지상주의가 낳은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시청자가 봐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에 제작자들이 시청률에 목을 매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더 우선돼야 할 것은 윤리적이고 정직한 방송을 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방송 제작 환경 전반을 다시 살펴보고 인권침해적 요소를 뿌리 뽑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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