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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의 ‘아킬레스건’…추락하는 경제ㆍ신흥재벌 ‘올리가르히’
러시아의 크림반도 장악이 몰고온 후폭풍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바로 취약한 러시아 경제다.

4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당장 우크라이나로 군대를 파견할 필요성은 없다”며 “전면전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난 것도 전날 러시아 증시와 통화가 대폭락하면서 크림반도 무력장악의 ‘부메랑’을 통감한 결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은 5일자 사설에서 “푸틴의 아킬레스건은 러시아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으로의 접근성”이라면서 “러시아 경제는 ‘글로벌 호랑이’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3%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급등 우려와 해외자금 이탈 등으로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푸틴에게 군사적 긴장감 고조는 ‘양날의 칼’이다.

천연가스와 유가를 끌어올려 자원 수출 잇점을 취하고 군사대국 러시아의 힘을 과시하는 손쉬운 수단인 반면 푸틴의 지지세력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자살 행위’이기 때문이다.

WSJ은 러시아 부호들이 자산을 키프로스나 스위스 은행, 마이애미ㆍ뉴욕 콘도 및 영국 스포츠팀 등에 투자하고 있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서방의 비자중단과 자산동결이 러시아 관료와 엘리트를 겨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서방의 제재는 푸틴을 향한 러시아 내부에서의 정치적 압력을 고조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지세력의 직접적인 경제 손실이다. 4일 러시아 금융시장은 푸틴의 진화 발언에 전날 낙폭을 절반 가량(증시 5.3%ㆍ루블화 가치 1% 상승) 만회했지만, 전날 금융시장 패닉(증시 11%ㆍ루블화 2% 폭락)은 푸틴의 정치기반인 러시아 신흥재벌 ‘올리가르히(oligarch)’에 직격탄을 날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세계 300명의 주식 부자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부자들의 주식 손실액을 집계한 결과, 이날 하루 동안 128억달러가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다름 아닌 ‘푸틴의 친구들’이었다. 러시아 가스회사 노바텍은 이날 18% 폭락하면서, 이 회사의 지분 절반을 나눠갖고 있는 푸틴의 친구이자 재벌인 겐나디 팀첸코와 레오니드 미켈슨은 32억달러 손실을 봤다.

또 러시아 4대 철강기업인 노보리페츠크철강의 총수 블라디미르 리신 회장은 12억달러, 러시아 석유업체 루코일의 바기트 알렉페로프 최고경영자(CEO)는 9억6000억달러 각각 보유 지분 가치가 증발했다.

여기에 러시아 기업들은 해외 부채 상환 압력에도 시달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기업들이 80억달러 규모의 상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 3위 통신업체인 빔펠컴 등 10여개 사가 미국, 유럽, 일본 등 각국 은행에서 빌린 자금의 상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소재 우랄십 캐피탈의 드미트리 더드킨은 “상황이 안정되기 전까지 러시아에 돈을 빌려줄 세계 은행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 회사채 평균 수익률은 4일(현지시간) 42bp(1bp=0.01%) 오른 6.25% 기록했다. 그만큼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었다는 의미다. 러시아 신용부도스와프(CDS)도 43bp 올라 234bp를 기록해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p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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