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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석의 상상력사전]‘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vs ‘모뉴멘츠맨’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유럽의 중세 봉건시대. 영화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감독 아리에 데 팔리에르)에서 극악한 귀족인 남작에게 아내를 잃고 말을 빼앗긴 상인 미하엘 콜하스(매즈 미켈슨 분)는 총과 칼을 들고 나서고, 영주의 횡포에 시달리던 농민들이 그를 추종한다. 반란세력의 힘과 규모가 점차 늘어가는 가운데, 그 앞을 한 성직자가 가로막는다. 종교개혁가로 잘 알려진 마틴 루터(드니 라방 분)다. 그는 미하엘 콜하스와 반란군들에게 묻는다.

“이게 당신이 말하는 정의인가? 당신이 끌어들인 저 사람들은 앞날에 무엇이 기다리는 줄 아는가? 이 땅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교수대뿐이네. 그리고 당신들 모두 저 위(천국)에서 무엇이 기다리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야.”

“무기를 버리라”는 성직자의 말에 미하엘 콜하스의 답은 하나다.

“제가 응당 받아야 할 정의를 위해 읍소하기 위해서입니다. 남작이 (잘못된 것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으면 무기를 버리겠소. ” 


영화 ‘모뉴멘츠맨: 세기의 작전’(감독 조지 클루니)에서 목숨의 다른 한 편 저울추에 달리는 것은 예술이다. 2차 대전 중 히틀러와 독일 나치세력이 약탈한 예술품 수백만점을 되찾기 위해 미술 전문가로 구성된 부대 ‘모뉴멘츠맨’의 활약을 그린 영화에서 주인공인 미술사학자 프랭크(조지 클루니 분)는 자문한다.

“예술품을 위해 죽는 게 가치 있는 일인가?”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일까? 목숨과 뒤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28일 나란히 개봉한 영화 ‘미하일 콜하스의 선택’과 ‘모뉴멘츠맨: 세기의 작전’은 인생의 저울 한 편에 각각 정의와 예술을 놓고, 다른 쪽에 사람의 목숨을 두고 무게를 단다. 정의는, 예술은, 생명을 걸고 지킬 만한 그 무엇일까?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은 16세기에 일어났던 실제 사건을 담은 독일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 소설은 1937년 막스 하우플러 감독의 동명 영화 이래 무려 4번이나 영상으로 옮겨졌고, 이번이 5번째다. 16세기 말을 팔아 살아가는 부유한 상인이었던 미하엘 콜하스는 아내, 딸과 함께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고 있었던 인물이었다. 영화 속에서 콜하스는 말을 팔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려던 중 땅의 새 주인인 젊은 남작이 강압적으로 통행료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콜하우스는 이에 반발하지만, 잔혹한 새 영주는 통행료 대신 맡았던 콜하스의 말을 학대하고, 콜하스의 아내마저 죽음으로 내몬다. 콜하스는 자신의 모든 행복을 앗아간 남작에 대항해 총과 칼을 들고 나서고, 일부 농민들이 그를 뒤따르면서 점차 반란세력화한다.

콜하스가 총과 칼을 들고 얻으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 복수를 위해서일까? 그는 어린 딸이 “엄마의 복수를 위해서냐”고, “말을 잃었기 때문이냐”고 묻는 질문에 모두 아니라고 답한다. 그는 단지 “정의를 위해서”라고 마틴 루터에게 말한다.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더 헌트’를 비롯해 출연작마다 최고의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덴마크 출신의 배우 매즈 미켈슨이 분한 마하엘 콜하스는 끝없이 목숨을 대가로 하는 선택과 결단의 상황에 직면한다. 


할리우드의 톱스타 배우 조지 클루니가 주연, 제작, 감독까지 도맡은 ‘모뉴멘츠맨’은 군사작전 경험이라고는 전무한 학자와 미술관장, 큐레이터, 건축가, 미술품 거래상 등이 2차 대전의 최전선에 투입되면서 겪는 일을 담았다. ‘모뉴맨츠맨’의 부대원들은 회의와 자문 속에서 때로 명작의 행방을 찾기 위해 죽음을 당하기도 하고, 다른 부대 작전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미켈란젤로의 성모자상과 피카소의 회화, 성당의 그림은 아무리 명작이라 한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맞바꿀 만큼 과연 값어치가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인류의 생존을 건 싸움에서 예술이 지니는 가치란 무엇일까? 조지 클루니 감독은 맷 데이먼과 장 뒤자르뎅, 빌 머레이, 존 굿맨, 케이트 블랑쳇 등 연기와 명성 모두 출중한 배우들의 올스타급 캐스팅과 연기의 앙상블을 이뤄냈다. 전쟁과 예술이라는 거창한 주제 속에서도 유머와 인물의 성장담을 적절하게 구현해낸다.

‘모뉴멘츠맨’은 “인류가 살아온 삶의 기록”역사와 문명의 증거로서 예술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것을 위해 사람들이 죽어간다.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에서 주인공은 단순한 복수심이나 말 몇 필의 값 때문이 아니라 각자에게 마땅한 제몫이 돌아가는 ‘정의’를 위해 싸우고, 그 대가로 어떤 이들은 죽음을 맞는다. ‘모뉴멘츠맨’의 주인공들이 되찾고 지킨 수만, 수백만점의 명작들의 가치가 후일엔 결국 돈으로 매겨지고,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에서 ‘정의’란 신의 저울을 떠나 세속의 법과 권력에 예속된다.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지만, 그것을 통해서 영화 속 인물들이 증명하려 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예술이나 정의라는 말로 표현된 인간의 존엄이 아닐까?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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