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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펙 대신 가격 들고나온 삼성, 스마트폰 시장 치킨게임 시작종 울리나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생각보다 낮은 가격에 출시하겠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킨게임’의 시작을 선언했다. 한국과 미국, 유럽, 일본의 선발 업체과 중국 후발 업체들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된 스마트폰 시장의 질서를 다시 잡기 위한 포석이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와 삼성전자의 갤럭시S5 초기 출고가 협상이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통신사들도 깜짝 놀랄 가격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평균 90만원, 최고 100만원’이 관례였던 국내 스마트폰 신제품 출고 공식이 깨질 것으로 기대했다. 80만원 초반대 갤럭시S5도 가능하다는 기대도 높다.

해외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현장에서 외신 인터뷰를 열고 “매우 경쟁력 있는 가격을 책정했고, 기능과 가격 포인트의 최적의 조합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 “사용빈도가 떨어지는 기능을 배제하고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S5에 전작인 갤럭시S4보다 더 낮은 출고가를 책정하고 미국 이동통신사와 협의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전작 갤럭시S4가 국내 출시가격이 89만원, 미국에서는 2년 약정 기준 경쟁사 대비 50달러 가량 높은 250달러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웬만한 중국산 신제품에도 가격면에서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스마트폰 치킨게임의 시작은 경쟁사들도 인정했다. 박종석 LG전자 사장은 “몇 년 전과 비교하면 프리미엄 시장에서 하드웨어적으로 기술을 선도하는 면은 떨어지고 있다”며 치열한 가격경쟁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 시작을 삼성전자가 주력제품 갤럭시S5를 통해 알린 것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치킨게임 타깃은 이미 힘 빠진 소니나 노키아 같은 서구 업체보다는, 중국 신흥 업체가 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2~3년 동안 범용화 된 핵심 부품 개발, 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선두 업체들의 전유물이던 프리미엄 시장을 넘보기 시작한 중국 후발 업체들에 대항해 가격이라는 확실한 진입 장벽을 치는 전략이다.

화웨이와 ZTE는 최근 북미 시장에서 삼성전자 갤럭시나 애플의 아이폰에 버금가는 스펙을 가진 신제품을 우리 돈 80만 원 선에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이들에게 ‘삼성’이라는 브랜드와 ‘합리적인 가격’까지 더해진 갤럭시S5는 회사 정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임에 틀림없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과거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TV 시장에서 보여준 치킨게임의 결과에 주목했다.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의 내노라하는 반도체 업체들과 또 대만의 신흥 업체들이 불과 10여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반도체 시장, 샤프나 파나소닉이라는 이름값 만으로 100달러 이상 프리미엄을 먹고 들어갔던 일본 TV 메이커가 이제는 세계 10위권 밖 소수 업체로 전락해버린 TV 시장의 격변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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