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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시대를 따르는 ‘소형의무비율 폐지’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국토교통부가 올해 업무보고에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하고 소형주택의무비율도 없애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규제완화의 혜택이 강남 등 일부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형주택 의무비율 폐지 방침에 대해선 시대에 ‘역행’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소형주택 의무비율은 재건축 때 전용 60㎡ 이하의 소형주택을 일정 비율(서울 등 20%) 짓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를 폐지하면 소형 주택을 많이 안지어도 되므로 소형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반대파들의 목소리입니다. 1~2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소형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형주택 의무비율 폐지하면 소형주택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죠.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이런 사례를 생각해 보시죠.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개포동 개포시영 아파트는 당초 전체 2318가구 중 712가구를 60㎡ 이하 소형으로 짓기로 했습니다. 30.7%나 되는 높은 비율로 소형을 짓기로 한 거죠. 그런데 이 아파트는 주민 설문조사 결과 소형을 더 짓기로 결정됐고, 현재는 2294가구(이후 설계 과정에서 가구수 감소) 중 1020가구를 소형으로 짓는 계획을 세워놓았습니다. 소형 주택 비을이 44%나 되는 겁니다.

사실 개포주공단지 가운데는 이런 곳이 많습니다. 소형의무비율 폐지와 상관없이 소형 공급을 전체 재건축 가구의 3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왜 그럴까요? 사업성 때문입니다. 개포주공 1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중대형보다 소형 아파트가 더 잘 팔리고 인기가 있기 때문에 소형을 많이 집어넣을 수밖에 없다”며 “소형의무비율이 폐지된다고 해도 사업성을 위해 소형을 많이 지을 것”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소형 아파트를 얼마만큼 지으라고 강제하지 않아도 사업자들이 알아서 물량을 늘리거나 줄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수요 위주로 재편된 주택시장은 과거와 달리 자체 수급논리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실수요자라면 투자목적으로 무리하게 큰 집을 사는 일도 없을 겁니다. 중대형 수요가 없는 지역에선 중대형 인기는 추락할 겁니다. 용인, 고양 등에서 팔리지 않는 미분양은 80-90% 중대형입니다.

그렇다고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 주택 공급이 넘치는 지역에서 굳이 소형주택을 억지로 많이 짓지도 않겠죠. 각각 해당지역 주변 상황에 맞게 주택이 공급될 겁니다.

그건 중앙정부가 알아서 정해주는 게 아니라 시장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게 좋습니다. 실수요자가 주택시장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억지로 소형주택의무비율 제도를 유지하는 게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소형주택의무비율 제도 폐지는 시대에 ‘역행’하는 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맞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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