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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 박영서> 中 부유층의 해외도피와 ‘중국의 꿈’
중국 부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자 대표적인 이민국가인 캐나다 정부가 현행 투자이민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캐나다는 160만 캐나다달러(약 15억4400만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5년간 캐나다에 80만 캐나다달러(약 7억7200만원)를 투자하는 사람에게 투자비자를 발급해 왔다. 지금까지 이 제도를 이용해 18만5000여명이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런데 중국 부자들이 대거 투자이민 신청에 나서면서 심각한 비자 심사 적체 현상이 빚어졌다. 결국 캐나다 정부는 제도 자체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부자들이 투자이민의 도입 취지와 달리 ‘시민권 매입’에만 매달리면서 캐나다 국내에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면서 “제도 폐지에 따라 투자비자 심사를 기다리던 5만9000여 신청자의 서류가 반환될 것이며 이 중 70%인 4만6000여명이 중국인이다”고 전했다

이처럼 캐나다를 필두로 구미의 이민 문호가 좁아지면서 일약 중국 부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나라가 카리브해 연안국가다.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방문했던 카리브해의 소국 트리니다드토바고도 그중 하나이고 작은 섬나라 세인트키츠네비스 역시 주목받는 국가가 됐다.

인구가 5만2000여명에 불과한 세인트키츠네비스의 경우 40만달러(약 4억3000만원)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설탕산업 다원화 기금에 25만달러를 기부하면 시민권을 주고 있다.

이 나라는 지난 2012년 중국인 이민자가 단 20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중국 부유층들의 해외 이주는 시진핑 정권의 부정부패 캠페인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붐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해외 부동산 매입이나 투자를 통해 재산을 빼돌리면서 영주권을 취득하고 있다. 여기에는 당연히 중국 공무원도 포함된다.

중국 부자들이 대거 해외로 몰려나가는 것은 중국의 위상과는 맞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으며 이제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고 있다. 시진핑 정권은 ‘중국의 꿈’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가부강과 민족부흥, 국민행복 실현을 약속했다. 그런데 오히려 중국인들은 부를 손에 넣은 순간 해외 이주를 준비한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선부론(先富論)’ 덕에 떼돈을 벌었지만 조국을 등지고 다른 나라로 떠나버린다

이들은 더 나은 자녀교육, 안전한 투자환경 등을 이민 이유로 꼽는다. 그렇지만 부자로 중국에 계속 있다가는 신변이 불안해지고 위법소득도 들통날 가능성이 크다는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듯 하다.

부유층이 해외로 도망가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일 수는 없다. 엄청난 부를 손에 넣은 ‘훙얼다이(紅二代ㆍ혁명원로의 후손)’들이 대거 해외로 이주하는 모습을 목숨을 던져 신중국을 만든 ‘혁명세대’들이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중국의 꿈’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치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자신이 태어나 자란 조국을 떠나지 않고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중국의 ‘꿈과 부흥’일 것이다. 

박영서 베이징 특파원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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