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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소득층은 ‘못 누리는’ 문화누리카드
선착순 발급에 첫날부터 신청 폭주…기초생활대상자 등 혜택 당초 취지 빛바래
지난 24일 오후 4시.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에 위치한 진관동 주민센터는 ‘문화누리카드’ 발급을 위해 방문한 주민들로 북적거렸다. “오늘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주민센터의 문화누리센터 담당 직원은 “일단 신청은 할 수 있지만, 사실상 발급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이 직원은 “오늘 하루만 120명이 신청하고 갔다”며 “예산 안에서 발급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몇 명이 발급받을 수 있는지 확정해서 말해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겠다며 정부가 의욕적으로 도입한 문화누리카드가 발급신청 첫날부터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신청자가 몰려 홈페이지는 24일 오후부터 계속 작동하지 않았는 데다 장애인 등 실질적으로 수혜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누리카드(통합문화이용권) 제도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의 세대에게 세대당 1매로 연간 10만원 한도의 문화누리카드를 발급, 저소득계층이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이용자는 공연, 전시, 영화 등의 관람이나 음반 및 도서 구입, 국내 여행과 스포츠 경기 관람 등에 이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문화 분야 3대 이용권(문화, 여행, 스포츠)을 통합해 사용이 간편하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정부가 문화누리카드를 신청자들에게 ‘선착순’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정부는 애초에 24일부터 홈페이지나 인근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발급받을 수 있으며 발급 이후 2시간 후부터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선착순’이라는 제한 때문에 24일 첫날 신청자가 폭주한 것이다. 결국 이날 오후 3시쯤 홈페이지는 신청자 폭주로 마비돼 들어갈 수 없게 됐고, 25일 7시 현재도 홈페이지는 닫혀있는 상태다.

서버가 마비되면서 주민자치센터를 방문한 주민들도 신청을 할 수 없게 됐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주민센터 담당자는 “전국적으로 모든 서버가 마비돼 오늘은 더 이상 신청을 받을 수 없다”며 “몇명까지 발급이 가능한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작 이 제도의 실질적 수혜자가 돼야 할 집단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SNS 등에는 현재 지역 주민센터에 문화누리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방문했다 헛걸음을 했다는 불만이 쇄도하며, “장애인이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서비스인데,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 건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들은 “문화누리카드가 실제로 가장 필요한 집단에게 먼저 발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한 지역 자치센터 관계자는 “최근 신한카드에서 농협카드로 문화누리카드를 바꿨는데, 정보유출 때문에 카드 수량이 많지 않아 신청을 해도 카드를 발급받는 데는 2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며 “현재 각 주민센터별로 책정된 예산을 공개해 얼마나 발급받을 수 있는지 주민들이 예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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