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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소시효 늘려 강력범죄 해결…“미국식 DNA형 기소制 도입을”
현직 부장검사 연구논문 눈길


지난 1999년 5월 20일 오전 11시께, 누군가가 뒤에서 학원에 가던 김모(당시 6세) 군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입을 벌린 채 고개가 젖혀진 김 군의 얼굴에 그는 검은 비닐봉지에 들어있던 황산을 들이부었다. 황산은 고스란히 김 군의 얼굴과 입에 들어가 김 군의 몸 절반에 3도 화상을 입혔다. 그는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다 49일 만인 같은 해 7월 8일 사망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범인은 지금껏 검거되지 않은 상태며 오는 5월이 되면 공소시효(15년)가 만료돼 잡아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지난 1999년 이후 수사본부까지 설치돼 수사했지만 아직 범인을 알아내지 못한 범죄만 20건이나 되는 가운데 피의자의 이름, 주소 등을 확인하지 못해도 현장에서 나온 DNA(유전자 신원확인정보) 증거를 기반으로 기소하는 미국의 ‘DNA형 기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송경호 원주지청 부장검사는 법무연수원이 낸 2013 국외훈련검사 연구 논문집에 실은 ‘미국 DNA형 기소제도 개관 및 도입 필요성’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는 물론이고 델라웨어, 아이오와 등 22개 주에서 공소시효가 다 돼가는 사건 중 범죄현장에서 범인의 DNA가 확보된 사건은 DNA형에 의해 피의자를 특정해 기소하거나 공소시효에 특례를 둬 연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99년 밀워키에서 발생한 7세 소녀가 납치강간된 사건에서 성명불상의 피의자를 범죄 현장에서 나온 DNA를 이용해 ‘John Doe(성명불상ㆍ한국식으로는 ‘홍길동’의 의미)’라는 이름으로 기소하면서 DNA형에 의한 기소가 처음 실시됐다. 이후 뉴욕, 펜실베이니아, 캘리포니아 등 22개 주에서 DNA형에 의해 범인을 기소하거나 공소시효에 특칙을 두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송 검사는 “한국의 경우도 형소법을 개정해 DNA형을 이용해 기소할 수 있도록 해 반인륜적 범죄의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효과를 얻는 한편, 인권침해 등의 논란을 막기 위해 DNA 자료는 피고인이 체포돼 다시 감정을 받을 때까지 보존하도록 하고, 수사력의 부실을 막기 위해 사건 발생 후 일정 시간이 경과되고 충분한 수사가 진행된 뒤에만 행하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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