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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와의 전쟁>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국민 스트레스 주범이 되다
뇌졸중 · 치매에서 폐 · 피부질환까지 유발
한반도 특유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진’
물마시기 · 손씻기 예방책은 교과서 수준
특수필터 마스크등 외출땐 중무장해야


50 중반을 넘긴 직장인 A 씨.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점심시간을 활용해 한 시간 정도 청계천을 걷는 워킹(walking) 마니아다.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편도 30분 거리를 일주일에 4번 정도 왕복한다. 부족하다 싶은 날엔 출근 전에 한 시간 정도, 주말을 틈타 두 시간 이상 집 근처 호수공원 둘레 코스를 걷는다.

그런데 요즘 A 씨가 우울하다. 미세먼지로 범벅이 된 스모그 현상이 툭하면 그의 발길을 가로막기 때문. 지난주 말부터 외출을 자제하다보니 생활리듬이 흐트러지고 컨디션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국민 스트레스 1호인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이가 어디 A 씨 뿐일까.

▶예방책은 바른생활 교과서 수준=미세먼지가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데도 대비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그야말로 상식선을 넘지 못한다. 황사마스크 착용, 범국민손씻기운동본부 추천 올바른 손세척, 물 충분히 마시기, 외출 자제 등이 고작이다. 마스크도 제조업계는 신바람났지만 성능은 미세먼지를 거르기엔 영 미덥지 않다. 시중에는 신소재를 적용한 초미세먼지 관련 제품 40여종이 나와 있고, 특수필터를 활용한 제품이 초미세먼지 대응에 적합하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홍보용 멘트에 지나지 않는다.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관계당국이 미세먼지 관련 상품에 대한 기능성 검증 등 관련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침묵의 살인자’라는 섬뜩한 별명이 그 위험을 예고한 지 오래다. 미세먼지의 본산 격인 중국 중원벌에서 연간 12만명 정도가 미세먼지나 지독한 환경오염물질 등의 피해로 목숨을 잃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세먼지는 머리카락 직경(50~70㎛)의 20분의 1~30분의 1보다 작은 입자로, 벽에 부딪치지 않을 정도로 기류와 같이 가볍게 흘러다녀 코ㆍ입 등 신체부위를 파고들 확률이 그만큼 높다. 뇌로 들어가면 뇌세포를 손상시켜 뇌졸중이나 치매를 유발하고, 눈으로 유입되면 안구에 붙어 염증이나 가려움증을 일으킨다. 코로 흡입하면 폐포를 통과해 혈액을 탁하게 하고, 모공으로 침투하면 피부염증을 일으키고, 폐로 들어가면 폐포를 손상시켜 기침이나 천식을 악화시키고, 심장엔 칼슘 대사 이상을 초래해 부정맥을 유발하게 된다. 특히 임신부는 태반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태아에 영양공급이 부족해지고 태아의 뇌손상 위험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기후 생태계도 허문 미세먼지=기후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한반도 특유의 겨울 기온,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한 현상인 삼한사온(三寒四溫)은 자취를 감췄다. 엉뚱하게 3일은 춥고 4일은 먼지투성이다. 말 그대로 삼한사진(三寒四塵)이 더 어울린다. 사나흘에 한 번씩 엄습하는 먼지투성이를 마시고 살아야 하는 처지다.

흰눈에 대한 낭만도 사라졌다. 어린애들이 눈을 맞으면 젊은 엄마들은 기겁한다. 머리숱을 걱정하는 중장년은 안간힘을 다해 두상 보호(?)에 몰두한다. 산성 눈 때문이다. 깨끗한 눈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면서 ‘백설공주’는 그야말로 전설 용어가 됐고, 관련 브랜드도 점점 더 난감해지는 입장이다. 눈 온 뒤에 서리가 내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의미의 설상가상(雪上加霜)은 이제 눈에 산성먼지가 뒤섞인 설상가진(雪上加塵)으로 바뀌는 게 옳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하나 더 추가하면 진상가사(塵上加沙). 미세먼지로 찌든 세상에 또 다른 불청객 황사가 날아든다는 사실이 끔찍할 따름이다.

▶중국 환경오염이 곧 최대 투자처=투자 달인들이 뛰기 시작했다. 투자기술의 최고봉 조지 소로스와 15년간 사업 동반자로 뛰었던 월가의 인디애나 존스인 짐 로저스. 그가 중국 주식을 매집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수개월째 부르짖고 있다. 환경대기오염 분야가 투자포인트. 실제로 스모그 현상 등 고질적인 환경오염에 대해 중국 정부 역시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환경오염 방지 분야 투자가 천문학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관련 산업이 중국답게 거창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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