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축사협회 녹색건축위원회 왕정한 위원장(아라그룹 대표 건축사)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우리나라 건축산업은 녹색건축이라는 큰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철거 후 개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의 건축물을 리모델링하고 관리하고 커뮤니티를 개선하는 등 도시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산업으로 바뀌어 나갈 것입니다.”

대한건축사협회 녹색건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왕정한 아라그룹 대표 건축사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녹색 건축 전도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녹색건축이라 하면 다들 친환경 건축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녹색건축은 단순한 친환경 건축이 아닙니다. 단순하고 딱딱한 건축물에 인간, 문화, 디지털 그리고 자연을 잘 버무려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녹색 건축입니다”고 말했다.

결국 녹색 건축은 인간에 기반한 건축, 문화를 지향하는 건축, 디지털이 주도하는 건축, 환경을 기초한 건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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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건축, 새로운 시대의 시작= “녹색건축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며, 우리가 설정한 환경지표를 지키며 자연환경과 조화되고 자원을 순환시켜 지속가능한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건축물을 말합니다.”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은 이제 매년 여름만 되면 우리나라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에너지 사용과 관련해 건축물은 약 22.3%를 소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택이 53%로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이산화탄소의 발생과 온실가스, 이상기후 등으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녹색 건축은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이다.

건축에 관한 새로운 시대는 개발의 시대에서 자산관리의 시대를 의미한다. 자산관리의 시대는 녹색 건축의 시대라고 말한다.

“화석에너지의 사용은 탄소배출을 증가시켜 기후변화로 해수면과 해수온도 상승, 자연재해의 급증으로 인명과 재산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으며 앞으로 그 피해는 증가할 것입니다. 녹색건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시대의 숙명이에요. 도시도 또한 녹색 도시를 지향해야 합니다.”

왕 위원장은 개발위주 공급방식의 기존 건축산업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녹색건축과 녹색도시가 지향하는 바는 지속 가능한 사회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 91%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어요. 도시의 재생과 관리가 국가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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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도 이젠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해야=“우리나라의 전체 산업중에 서비스업의 비중은 40% 수준입니다. OECD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산업 구조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건축산업을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해야 됩니다.”

건축서비스 산업이란 대표적인 것이 유지 관리 사업이다. 기존 신규 공급보다 기존 건축물을 리모델링 하고 수선하고 용도변경하고 기존 건축물을 유지 관리하는 사업을 지칭한다.

“작년 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건축물은 약 680만동입니다. 최근 5년간 인허가 통계를 보면 매년 22만동 정도로 기존 건축물의 약 3% 수준입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허가 비중이 기존 건축의 약 1%내외이므로 우리나라도 점차 허가건수는 줄어들 거에요. 결국엔 건축 현장의 수많은 인력들은 점차 일자리를 잃어갈 것 입니다. 현장의 전문 인력을 유지 관리인력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시급하며 이와 함께 교육도 병행되어야 할 것 입니다.”

‘유지관리’라는 말은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의미를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지’라는 의미는 어떤 상태를 과거로부터 보존하는 것이고, ‘관리’라고 하는 의미는 시설이나 물건을 지속, 또는 개선하는 의미이다.

“유지관리의 목적은 노후화와 성능의 저하에 따른 안전성능, 건축성능, 환경성능 특히 에너지 효율을 높여서 건축물의 장수화를 추구하고 지속 가능한 녹색 건축물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사고도 결국 유지관리가 부실해서 참사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어요. 즉 ‘유지’만 했을 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어요.”

왕 위원장은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참사에 대해 안까운 마음을 들어내며 유지관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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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건축은 에너지와 녹색산업이 주도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녹색건축 기술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죠.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고작 1.4%수준에 불과합니다. 녹색건축 선진국으로 대표되는 독일의 22% 수준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죠”

‘유엔 미래 보고서 2030’에 의하면 지속적인 환경투자와 녹색산업 지속성장, 세계인구가 현재 70억 명에서 2100년 100억 명으로 증가, 세계의 도시화 율이 52%에서 70%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녹색주택이 현재 17%에서 2016년도에 39%까지 성장할 것이며 녹색미래 건축 트랜드는 에너지와 녹색산업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저탄소 녹색 성장 기본법’,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등 국제사화와 보조를 맞추면서 에너지 효율성 향상 및 이산화 탄소의 절감에 국가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정부차원에서 에너지의 효율화, 대체에너지의 개발이 여느 나라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녹색 건축의 기술적인 측면으로 보면 패시브 건축기술과 액티브 건축기술이 있습니다. 패시브는 한마디로 에너지 절약기술입니다, 즉,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하여 기존 난방 에너지 비용을 80%이상 저감시키는 기술입니다. 액티브 기술은 기계적인 설비를 지칭합니다, 다시 말해서 에너지 효율 향상, 에너지 제어기술 등을 통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녹색기술은 패시브 건축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패시브 건축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왕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녹색 건축은 침체기에 빠져 있는 건축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뿐만 아니라 건축산업의 서비스 산업의 전환으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ttom@heraldcorp.com

사진= 윤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