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케이팝 히트 제조기 ‘이단옆차기' “‘뽕끼’가 바로 머니 코드”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내놓는 노래마다 인기 정상을 찍는 K-팝 히트 제조기 작곡팀 이단옆차기가 새해부터 시원하게 홈런을 때렸다. ‘만년 2등’으로 불린 걸그룹 ‘걸스데이’를 ‘썸씽’으로 단번에 1등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다. 1월 내내 음악방송과 음원차트 정상을 지킨 걸스데이의 ‘썸씽’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한 이단옆차기(마이키, 박장근)는 이번 작업을 ‘새로운 발견’이라 했다. 에너지 넘치는 걸그룹에서 성숙한 여자로의 변신, 성인식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이다.

“걸스데이는 준비가 된 상태였어요. 좋은 곡만 만나면 올라올 수 있는 세팅이 돼있었던 거죠. 마침 저희도 새로운 분위기를 시도해보고 싶었는데 그루브한 감성이 걸스데이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폭발적인 가창력 같은 생각지도 않은 부분을 발견하면서 시너지가 잘 이뤄진 거죠. ”(마이키)


“이제 걸스데이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기존에 했던 곡과 다른 반전을 이룰 수 있는 게 많아지는 거죠. 그룹 색깔을 찾게 되면 그다음에는 멤버 하나하나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소진은 발라드에 뛰어나고 민아는 R&B에 어울리는 것 같아요.”(박장근)

아톰과 스폰지밥 그림, 네온아트 등 팝아트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신사동 녹음실에서 만난 이단옆차기, 마이키(28)와 박장근(33)은 다툼 한 번 안 했을 의좋은 형제로 보였다. 같이 작업해온 지난 3년간 닷새 빼곤 늘 붙어다니며 일하고 놀았을 만큼 둘은 ‘천생연분’이다. 마이키의 5년 선배인 장근이는 ‘2000 대한민국 힙합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하면서 랩 메이킹 중심의 활동을 먼저 시작했다. 2005년 작사에 도전했지만 이렇다할 빛을 보진 못했다. 그러던 게 마이키를 만나면서 터졌다. 그는 “비로소 완곡하는 느낌, 프로다워졌다”고 말했다. 마이키는 송골매 멤버였던 부친의 내림을 받아 일찍 음악에 눈떴다.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2009년 한국에 돌아와 장근이를 만나 한국 음악풍토에 젖어들었다.

이단옆차기란 팀으로 처음 인기를 얻은 건 엠블랙의 ‘전쟁이야’.

흔쾌히 곡 의뢰를 받은 건 아니었다. 미심쩍은 눈치가 역력했지만 둘은 2주 동안 여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5장짜리 파워포인트를 만들어 제출했다. 앨범 제목, 리패키지,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 담았다. ‘전쟁이야’가 터지면서 이단옆차기는 승승장구했다. “닥치는 대로 해갔어요. 2012년 한 해만 100곡 정도 만든 것 같아요.”(장근이)

씨스타의 2집 작업은 좋기보다 부담이 앞섰다. 앨범 전체를 맡기는 처음이어서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큰일난다’는 마음으로 초집중했다.

이들의 히트곡 리스트는 열거하기 힘들다. 씨스타의 ‘Give It To Me’를 비롯해 ‘Loving you’(씨스타), ‘넌 너무 야해’(씨스타), ‘거북이’(다비치), ‘갖고놀래’(범키), ‘비키니’(티아라 다비치), ‘눈물’(리쌍) ,‘짧은 머리’(허각, 정은지), ‘촌스럽게 왜 이래’(케이윌) 등 지난해만 12곡을 히트시키며 최다 히트 작곡가로 올라섰다.


저작권료 톱10에 들 정도로 주문이 쇄도하는 이들에게 히트 제조의 비법이란 게 있는 걸까.

“잘 모르겠어요. 좋아하는 코드 진행이란 게 있다는데…. 가령 ‘미싱유’ ‘오피셜리미싱유’ ‘썸’을 보면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코드 진행인 것 같아요.”(마이키)

“저희가 항상 얘기하는 건데요.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서 더 완성된 게 나오는 것 같아요.”(장근이)

마이키는 마니아적ㆍ인디적 색깔이 강한데 그걸 장근이가 대중이 이해할 만한 부분으로 채워준다는 것. 특히 매끄러운 우리말 가사나 표현이 부족한 건 장근이에게서 많이 배운다.

마이키는 대중의 감성대를 자극하는 ‘머니 코드’를 일종의 ‘뽕끼’로 해석했다.

“브루노 마스 노래를 들어보면 한국 사람이 말하는 ‘뽕끼’가 있어요. 컨트리스러운데 뽕인 거예요. 그렇다고 촌스럽고 그런 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뽕이다 아니다 말하지만 이런 게 어느 곳이나 다 있구나. 그게 ‘머니 코드’인 거 같아요. 누구나 다 듣고 좋아하는 거요.”

이들은 현 가요계 분위기와 현안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짚었다.

끊이지 않는 표절 논란과 관련해 이들은 표절을 하려는 의도가 있었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올 수 있는 코드는 다 나왔고 그 안에서 만들다 보면 비슷하게 가는 경우가 있어요. 코드 진행상 어쩔 수 없이 나와야 하는 게 있거든요. 멜로디 템포, 코드, 키, 장르를 다 따져봐야죠. 그래서 편곡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트랙을 만들어 놓고 멜로디를 붙이다보면 느낌이 왠지 있었던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방향을 틀고 바꿔 논란의 소지를 없앤다고 한다.

이들은 디지털 싱글시장의 폐해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에는 앨범에 10곡, 11곡이 들어가면서 신인 작곡가들이 참여할 여지가 많았는데. 싱글시장으로 변하면서 인기 작곡가에게만 몰리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타이틀 중심의 음원 유통도 문제다. 아이돌은 팬층이 형성돼 다양하게 작업하고 가수들에게도 작곡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팬덤이 없는 가수들은 타이틀 외에 수록곡은 그냥 부담일 뿐이다.

“굳이 돈 들여서 왜 한 곡을 더하냐는 거죠. 그러다 보니 작곡가도, 가수도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장근이)

이단옆차기는 컬래버레이션 작업으로 다른 작곡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기도 한다.

최근 가요계 장르의 다양화가 이뤄진 건 긍정적으로 본다.

“곡을 의뢰할 때 대체로 ‘이 곡처럼 해줘요’ 식으로 스코어를 낸 걸 요구하거든요. 그동안 하우스 댄스가 그렇게 계보를 이어온 거죠. 그러다보니 비슷비슷해졌는데 어느 순간 정답이 없어진 때가 있었어요. 싸이가 빵 터진 거죠.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작곡가들도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이 시작됐죠. 지난해에는 어떤 게 주류라기보다 어쿠스틱, 알앤비 등 다양화가 이뤄졌어요. ”

이단옆차기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이 ‘부드러운 남자들’은 처음엔 ‘겁많은 자매’로 이름을 지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단옆차기란 이름은 마이키가 버클리음대 재학 시절 태권도복을 입고 다녔던 기억을 떠올려 만들었다.

둘은 작곡가의 길을 걷고 있지만 오래 전 지녔던 가수의 꿈을 여전히 갖고 있다. 마이키는 보컬리스트, 장근이는 래퍼로서 늘 입이 근질거린다.

meelee@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