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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파춥스가 스페인 음식?…한국국제교류재단 ‘TAPAS’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바게트 빵을 얇게 잘라 그 위에 올리브나 하몽 등을 엊어 손가락으로 집어 먹기 좋게 만든 ‘따빠스(TAPAS)’는 스페인 대표음식이다. 스페인어로 ‘따빠(TAPA)’는 ‘덮다’ 혹은 ‘뚜껑’이라는 의미다. 포도주 잔 위에 올린 상태로 서빙되는 따빠스의 기원은 술 마시기 전 간단한 안주로 속을 채우고, 덜 취하라는 뜻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술에 먼지가 들어가지 말라는 배려는 덤이다.

음식은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는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유현석)이 19일부터 오는 4월 29일까지 개최하는 ‘TAPAS: 스페인 음식 디자인’전은 스페인 자유분방하고 상상력 넘치는 스페인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전시는 음식을 만드는 ‘부엌’, 음식을 차리는 ‘식탁’, 그리고 ‘음식’ 그 자체를 보여주는 190여 점의 전시품으로 구성됐다. 

레쿠에 생선찜기 [사진제공=KF]

음료를 담는 유리병엔 주전자의 주둥이가 달렸다. 입을 대지 않고 여러명이 나눠 마실수 있도록 한 ‘뽀론(porron)’이다. 컵 하나가 아쉽게 가난했던 시절, 음료를 나눠 마시고자 했던 지혜다. 이것이 발전해 와인잔에도 주둥이가 달렸다. ‘꼬뽀론(coporron)’이다. 이젠 컵이 부족한 시대는 아니지만, 야외에선 유용하게 쓸 수 있을듯 하다.

물에 삶는 것보다 찌고 굽는 것을 선호하는 스페인요리 특성상, 이를 쉽게하기 위한 다양한 도구가 발명됐다. 국내에서도 주부들 사이 유명한 실리콘 제품 ‘레쿠에’도 스페인 출신이다. 스팀기, 아이스큐브, 스퀴저 등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화가의 팔레트를 닮은 접시는 와인잔 홀더가 달려있고 다양한 핑거푸드를 올려놓기도 좋다. 

와인을 여러명이 나눠 마실수 있도록 한 꼬뽀론 [사진제공=KF]

뿐만 아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들어있는 축구 게임대는 상판에 커다란 유리를 놓아 식탁으로 변했고, 세계적 디자이너 마리스칼은 미키마우스를 모티브로 한 식탁용 의자를 디자인했다. 추파춥스는 ‘스페인’ 사탕이다. 사탕을 잘 못먹고 삼켜버리는 어린이들을 위해 막대를 단 것이 그 시초다. 알록달록한 추파춥스 로고는 살바도르 달리(1904-1989)가 만든 것이다. 빵을 썰면 떨어지는 가루가 자동적으로 모이는 도마는 인간아닌 다른 생명체까지도 보듬는 따뜻한 시선을 담았다. 

빵을 썰고 남은 조각을 새들이 먹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도마 [사진제공=KF]

전시를 보고나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가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선보이니 왜 우리는 이러한 제품이 없는지 저절로 비교되는 것이다. 어릴적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앞세워 국과 밥은 수저로, 반찬은 젓가락으로, 떠들지 않고 조용히 먹는 엄격한 식문화 속에 자란 한국인과 맛있는 음식은 손으로도 집어먹고 손가락을 쪽쪽 빨며 “정말 맛있다”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스페인 민족의 차이가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런 추측을 해본다.

전시 관람후 무척이나 배가 고파지는데, 근처엔 스페인 음식점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 서울 중구 미래에셋 센터원 서관 2층에 자리한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갤러리에서 열린다. 일요일은 휴관이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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