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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의 ‘비디오 아트’ 산책…삼청동 6개 갤러리 연계 ‘하늘땅바다’ 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하나의 전시를 위해 여섯 개 갤러리가 뭉쳤다. 갤러리 인, 갤러리 스케이프, 옵시스아트, 윈앤제이 갤러리, 이화익 갤러리 그리고 아트선재센터는 22일부터 오는 3월 23일까지 ‘하늘땅바다(LANDSEASKY)’전을 연다.

다수의 상업 갤러리들이 한 전시를 연계해서 개최하는 이례적 이벤트다. 이번 전시는 2013년 ‘아시아의 호주 예술상’을 수상했던 ‘Light from Light’를 기획한 MAAP(Media Art Asia Pacific)가 진두지휘했다. 한국전시를 시작으로 중국 상하이(4월 19일~7월 20일)를 거쳐 호주 브리즈번(9월 18일~11월 16일)까지 이어지는 순회전시다. 

얀디베츠 ‘Horizon III -sea2’, 싱글채널비디오, 1971. [사진제공=MAAP, 호주]

이번 전시엔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헤이모 조베르니그(56ㆍ오스트리아), 얀 디베츠(73ㆍ네덜란드), 데렉 크랙클러(62ㆍ호주), 왕펑(50ㆍ중국)등 해외 작가들과 김수자(57), 정연두(45) 한국작가까지 20여명의 비디오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모든 작품은 전시 제목인 ‘하늘땅바다’, 즉 수평선으로 표현되는 세가지 요소를 담았다. 수평선은 하늘과 땅과 바다를 나누는 ‘경계의 표식’이다. 예술가들의 사유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지각과 우리가 살고있는 현세태를 근본적이고 복합적으로 분석했다.

TV나 스마트폰 등 일방향적인 영상매체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이들의 작품은 한편 심심하고, 어렵기까지 하다. 관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분석하길 요구하기 때문이다. 

얀디베츠 ‘Horizon III-sea1’, 싱글채널비디오. 1971.[사진제공=MAAP, 호주]

크로마키(Chroma-keyㆍ특정 색을 빼버리고, 다른 배경을 합성시키는 비디오 기술)를 활용한 헤이모 조베르니그의 ‘무제’는 6개 스크린을 엇갈리게 중첩한 뒤 영상을 투사한다. 영상 속 인물은 그 안에서 스크린을 설치하며 울창하게 우거진 숲을 우리 앞에 가져온다. 어떤것이 투사인지, 편집된 것인지, 실제인지 혼란스럽다. 평면에 상영되던 비디오 아트가 입체의 형태를 띄며 설치예술로 변했다.

초창기 미디어아트의 선구자로 꼽히는 얀 디베츠의 ‘수평선’ 시리즈도 한자리에 모였다. 여러 각도의 수평선이 기하학적 추상을 연상시킨다.

김수자는 ‘보따리-알파 비치 나이지리아’를 선보였다. 흑인 노예를 송출하던 나이지리아 알파 해변을 촬영한 이 작품은 위 아래가 뒤집어진 수평선이다. 작가가 “지금까지 본 가장 슬프고 충격적인 선”이라고 말한 알파 해변의 수평선은 노예무역의 아픈 역사를 담고도 묵묵하고 고요하다. 

김수자 ‘보따리’, 알파비치 나이지리아, 싱글채널비디오, 2001.[사진제공=MAAP, 호주

전시 정보가 담긴 지도 한 장을 들고 여섯 곳의 갤러리를 돌아다니는 동안 이전 작품에 대해 자연스레 곱씹게 된다. 전시를 기획한 MAAP의 킴 메이챈(Kim Machan) 디렉터는 “갤러리와 갤러리를 걸어서 이동하는 사이, 그 짧은 거리까지 전시의 연장선상이 됐다. 관람객의 사유를 도울 수 있는 장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덕분에 삼청동 전체를 아우르는 전시로 거듭났다.

전체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려면 두 시간은 족히 걸린다. 급한 마음은 접어두고, 봄 날의 삼청동과 북촌 일대를 산책하는 기분으로 나서길 권한다.

vicky@heraldcorp.com

헤이모 조베르니그 ‘무제’, 싱글채널비디오ㆍ음향, 6개 프로젝션 스크린.[사진제공=MAAP,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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