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내비게이션을 쫓아낸 스마트폰의 기세는 무서웠다. 그러나 스마트폰도 ‘블랙박스’의 자리까지 넘보기에는 역부족이였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만든 스마트폰용 블랙박스 기능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내비게이션 어플은 통신사들이 가입자 묶어두기의 핵심 수단으로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블랙박스 기능은 선호도에 대한 통계조차 잡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통신 3사는 최근 T맵이나 올레내비, U+내비 등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 블랙박스처럼 운행 중 상황을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또 클라우드 서버에도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바 있다. 5인치 급 대형 화면과 고성능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 보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블랙박스 시장까지 노렸지만 결과가 신통치 못하다는 의미다.

이통사들과 별개로 온라인 마켓에 올라온 각종 블랙박스 앱들도 마찬가지다. 김기사, 아이나비, 아틀란, 하이드라이브 등 내비 앱들이 다운로드 횟수가 100만 회를 가볍게 넘은 것과 달리, 블랙박스 앱들은 대부분 인기순위가 뒤로 밀렸다.

한 블랙박스 제조업체 관계자는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은 내비게이션 시장과 달리 스마트폰 등 대체제의 등장 가능성이 낮다”며 “블랙박스 앱 대부분이 단순 녹화 및 영상 재생 기능만 가능하고, 주행 중 일시적으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통화를 위해 24시간 들고다녀야 한다는 스마트폰의 특성이 만든 결과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 주차 중 사고가 빈번한 우리나라의 도로 여건 상, 주차 중 촬영 가능한 주차모드가 불가능한 점은 큰 걸림돌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인터넷에서 쓰지 않는 스마트폰을 블랙박스로 활용하는 노하우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베터리의 한계에 번번히 봉착하곤 한다.

이런 가운데 국내 블랙박스 시장은 매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만 전년 대비 60%가 늘어난 약 4000억 원의 시장으로 발전했다. 제조업체만 약 90개에 달하고,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에서는 주력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성장세는 앞으로도 수 년간 계속될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차량 블랙박스 장착 비중은 아직 20%선에 머물고 있다. 이미 2012년 48.5%까지 올라간 내비게이션이나 42.3%의 하이패스 등 비슷한 차량용 설비들과 비교해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정부가 블랙박스 장착을 유도하고 있는 점도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최근 제주도는 모든 랜터카에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 했고, 또 정부도 대중교통에 실내외 촬영이 가능한 블랙박스를 필수로 달 도록 했다. 우리 정부와 몇몇 국가에서는 일반 승용차에도 출고시부터 장착을 의무화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국내 블랙박스 시장은 다본다를 필두로 대동전자, 아이나비, 피타소프트, 파인디지털 등 중소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2012년 기준 연 200억 원에서 5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