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경주참사’ 생존자의 ‘악몽’ 이 더 무섭다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심각
방치하단 후유증에 평생 고통
정신 · 심리치료 팔걷고 나서야


살아 돌아와 줘 고맙다. 하지만….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경주 리조트 참사’는 10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그러나 100여명의 부상자와 다치지 않고 귀가한 학생들 모두 ‘끔찍한 악몽’의 기억을 평생 간직한 채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건 사망자는 10명이 아니다”라는 한 정신과 의사의 말처럼, 이들이 이번 사고로 입은 충격을 방치할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가 이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살아 돌아왔지만, 산 게 아니다. 이 때문에 이 학생들에게 정성스런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7월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 당시 피해자들의 심리치료팀을 관리한 이영문 국립공주병원 원장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막기 위해 초기 한 달간 적극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며 “부산외대와 코오롱 측이 생존학생 전원에 대해 보상 외에 별도로 심리치료를 위한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천재지변, 화재, 전쟁, 성폭행 등 신체를 해치고 생명을 위협하는 대형 사건사고를 겪은 사람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호소하는 불안장애를 말한다. 하지만 대형 사고를 겪은 모든 사람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사고 초기 심리적 충격은 누구나 겪는 것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충격이 장애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원장은 “이번 경주 사고는 부실한 관리로 인해 20대 젊은이들이 생명ㆍ존재의 위협을 느꼈다는 점에서 해병대 캠프와 유사하다”며 “부산외대와 코오롱 측이 생존학생 전원에 대해 보상 외에 별도로 심리치료를 위한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피해학생 전원이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며, 이를 간과할 경우 시간이 지나 더 큰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형 사고를 겪으면 큰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사고와 관련해 2902명이 ‘재난심리상담’을 받았다. 이 중 절반 가량인 1481명은 자연재난으로 인한 상담을 받았다. 폭우, 폭설 등 언론에 흔히 노출되는 자연재난도 당사자에게는 큰 충격이 됨을 의미한다. 현재 경주 사고 피해학생들 역시 잠을 청하지 못하는 등 불안한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공포는 한 달 가까이 지속된다고 한다. 심민영 국립서울병원 심리적외상관리팀장에 따르면 사고 초기 한 달 동안은 보통 ▷과각성증상 ▷회피증상 ▷해리증상 세 가지 부류의 증상이 나타난다. 과각성증상은 대형 사고 이후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예민함’이다. 작은 일에도 깜짝 놀라는 것. 회피증상은 사고를 생각나게 하는 모든 것들을 보거나 듣지 않으려 하는 현상이다. 가장 심각한 상황은 피해자가 과각성을 스스로 대처하면서 나타나는 무감각증, 해리증상이다. 치료의 기본은 피해자와 이야기를 해서 상황을 교육하는 것인데 해리증상의 경우 교육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고 초기 한 달가량 지속적인 상담을 하면 병원으로 인계돼 실질적으로 ‘기록’이 남는 치료를 피할 수 있다. 실제로 소방방재청이 전국 17개 시ㆍ도에 재난심리지원센터를 구축해 재난심리상담을 진행한 결과 전체 상담을 진행한 2775명 중 95.6%가 일상으로 돌아갔다. 상황이 심각해져 병원으로 인계된 경우는 128명, 4.4%에 불과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 학생들의 심리적 질병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트라우마가 커져서 바로 약물을 동반한 치료를 받을 경우 기록이 남아 학생들이 취업을 하는 등 개인생활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상담 등 적극적인 진료가 필요하다”며 “부산재난심리지원센터를 통해 이번 피해학생들의 치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